화폭 가득 색의 향연 ‥ 이대원 화백 갤러리현대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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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처럼 팔자 좋은 사람도 드물다. 호남(好男)에 훌륭한 부인(의사)의 내조를 받으며 예술가로 대성하고 대학 총장(홍익대)까지 지냈으니 어떻게 보면 '화단의 귀족'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속물취가 없다."
고고학자 고 김원룡 박사가 80년대 후반 친구인 이대원 화백(84)을 평했던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미술계에서 항상 멋있는 옷을 입고 외국어에 능통하며 서화골동에도 안목이 높은 '한국의 신사'로 통한다.
평생 '농원' 연작만 그린 이 화백이 18일부터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2000년 전시 이후 제작한 근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 화백 그림의 특징은 점묘법이다.
산과 들,과수원 등 자연의 형상을 점과 선으로 표현하는데 화면 가득한 색의 향연이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청전 이상범 화백은 그의 그림에 대해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했다.
또 이규일 전 아트인컬처 발행인은 "화면의 주선들과 짧은 선들이 이대원류의 독특한 점묘법을 만들어 그의 화면은 마치 눈 속에서 찬란한 색채를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 화백은 국내에 화랑에 대한 개념도 없던 50년대 후반 반도화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도상봉 김환기 장우성 윤호중이 함께 화랑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며 "나중에 혼자 떠맡았지만 돈(수익)을 한 번도 가져간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혜화동 70년'이라는 제목의 화문집을 출간했다.
결혼 60주년,혜화동 거주 70년을 계기로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 그림에 대한 얘기,취미인 민속품 수집에 대한 담론들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