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대입제도 혼란 근원은 불확실성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놓고 일부 고교생들이 촛불집회에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대입제도가 새로 발표될 때마다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이런 홍역을 치러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교육부는 "현재의 혼란은 새 대입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부족때문에 빚어진 측면이 크다"고 했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오해 탓으로 돌린 것이다. 교육당국의 이런 자세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당국이 대입제도를 바꿀 줄만 알았지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시킬 책임 또한 당국에 있다는 점은 왜 모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새 대입제도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불안해 했을 고교 1학년생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뒤늦게서야 교육부는 이런저런 해명에 나서면서 대학들로 하여금 2008학년도 전형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도록 채근하고 있다. 매사가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대입제도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넘기고 보자거나 땜질식으로 처방하다 보면 언제든 또 다른 문제가 튀어나올 것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의 근본문제는 불확실성(不確實性)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동안 대입제도가 얼마나 많이 바뀌어왔으며, 또 현행 입시제도만 해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도대체 예측하기 어려운 입시제도이다 보니 입시생도 대학도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 입시제도의 기본 틀은 바꾸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또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내신의 신뢰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내신등급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대학은 고교 간 학력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내신을 여전히 불신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얼마전 서울대가 논술 비중을 확대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논술비중 확대와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와의 경계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교육부의 이른바 3불(不) 정책(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하에서 대학에 선택권을 주겠다는 현행 대입제도의 한계인 것이다. 이제라도 교육당국은 대입제도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끊임없는 보완책 마련에 골몰할게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 손을 떼는 방안도 그런 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