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첨단장비 한데 모아 원스톱 건강검진"
입력
수정
오병희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 원장(52)은 매일 아침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빌딩 39층으로 출근한다. 강남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는 지난 2003년 10월 센터설립과 함께 마련된 오 원장의 집무실이 위치해 있다. 최근 프리미엄급 건강검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남건진센터의 지휘본부인 셈이다. 그는 이곳에서 센터업무를 총괄하며 설립 1년만인 지난해 1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고가 379만원 등 평균 120만원대의 고가 검진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만7000여명이 센터를 찾았다. 올해 이익은 2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 원장은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고객수가 30% 가량 늘었다"며 "공공성을 띠는 서울대병원의 특성 때문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라고 말했다.
오 원장이 센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있던 그는 서울대병원이 점차 확대되는 강남의 의료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강남건진센터를 세우기로 하면서 설립 총책임을 맡게 됐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센터가 들어설 건물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각종 의료시설이 들어설 만큼 규모가 크면서도 5t에 달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건물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오 원장은 강남 일대의 건물을 일일이 조사한 끝에 스타타워가 보강빔을 갖춘 견고한 구조라는 것을 알아내고 입주를 결정했다. 그 결과 강남건진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MRI를 둔 병원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오 원장은 '서울대병원'이라는 브랜드파워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취임 후 센터에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시켰다. 기존 검진센터에서는 MRI 검사 등을 하면 본원에 가서 분석을 받아야 했다. 오 원장은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직접 방문토록 해 모든 검진을 센터 내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양전자단층촬영(PET),MRI 등 첨단 진단장비를 모아 각종 진단을 가능케했다. 이에 따라 강남건진센터의 암확진율은 다른 병원의 2배 수준인 1.13%에 이른다. 이런 우수성을 인정받아 센터는 최근 외국병원으로는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헬스케어 프로그램인 '파트너스 프리미어'사업에 참여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오 원장은 지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인천 송도 신도시에 입주하는 외국병원과 건강검진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해 다른 병원 서비스와의 차별화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포스코건설과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연구협약을 맺어 첨단 의료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 원장은 "앞으로 의료산업은 치료보다는 건강검진 중심의 예방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의료시장이 개방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건강검진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