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크본드시장 물량 '몸살'
입력
수정
미국 정크본드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포함,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s)' 기업이 발행한 정크본드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크본드 시장은 물량 압박으로 수익률이 급등(가격 하락)하면서 투자자금이 올 들어서만 50억달러 가까이 빠져나가 비상이 걸린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올 들어 '추락천사' 기업들의 전체 정크본드 규모는 GM과 포드 두 업체의 회사채 4500억달러를 포함,4817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92억달러)의 52배를 넘는 규모다.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업체 수도 올 들어 15개로 전년 같은 기간의 11개보다 많아졌다. 또 지금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을 가까스로 벗어나 있으나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정크본드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인 추락천사' 업체수도 지난해 6월의 42개에서 현재 50개로 늘었다.
미국 대부분의 뮤추얼펀드들은 펀드에 편입된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의무적으로 이를 처분하도록 돼있어 엄청난 물량의 정크본드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 본드의 수익률이 급등하는 추세다.
실제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이 집계하는 하이일드 가격지수는 지난 3월 초만 해도 600포인트를 넘었으나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추락한 지난 6일 현재에는 580대로 주저 앉았다.
이에 따라 전체 정크본드의 평균 수익률과 미 국채수익률 간의 격차는 최근 2개월 만에 30%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다.
특히 만기가 같은 GM 회사채 수익률과 미 국채수익률 간 격차는 지난 2월 초 2.4%포인트 안팎에서 6일 현재 8.4%포인트로 벌어졌다. 포드 회사채와 미 국채 간 수익률 차이도 2월 초 2.8%포인트였던 것이 6일에는 5.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 같은 정크본드 시장의 위축으로 올 들어 미국 내에서만 50억달러에 가까운 투자자금이 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FT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업체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함께 1년 이상 하락세를 보여왔던 미국기업 부도율이 지난 4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하기 시작,회사채시장 전망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신용등급이 정크본드로 떨어진 기업들의 부도율은 원래부터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이었던 업체들의 두 배에 달해 도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도이체방크는 최근 조사보고서에서 "GM은 A-등급에서 정크본드까지 떨어지는데 4년이 채 안걸려 다른 기업의 평균 신용도 추락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국 경제가 그런대로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도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미국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S&P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다이안 바자는 "시장이 기업의 리스크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정크본드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