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8조 '눈먼 돈'..지원사업 툭하면 변경

"기금이 자기돈 아니라고 막 갖다 써도 되는 겁니까?"(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매년 1조원씩 쌓여가는 '공룡기금' 고용보험이 10일 도마에 올랐다.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개최된 '고용보험 발전과 재정안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눈먼 돈' 고용보험기금의 사용처 찾기에 급급한 정부행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금덩치 커져 주체못하는 정부 노동부 용역으로 이날 발제를 맡은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조세연구원측은 국정감사 등에서 논란이돼 온 고용보험기금(2004년말 현재 8조4488억원)의 적정규모 여부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대신 "제대로 좀 써보자"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연구센터 소장은 "정부가 소극적으로 기금을 끌어안고 있는 측면이 많았다"며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수준에 달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2010년께는 현재보다 3배 이상의 예산을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김용하 교수는 "노동부가 기금이 넉넉하다고 생각하는지 급여지출 항목을 하루가 다르게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금남발의 대표적 사례로 청소년들의 종합직업체험관인 '잡월드' 건설사업을 꼽았다. 최근 부지선정작업까지 마친 잡월드 건설에 드는 비용 2127억원은 고용보험이 아니라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 지적이다. 고용안정을 위해 기금에서 지원하는 세부사업중 시행 이후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업은 12개에 불과한 반면 8개가 중도폐지되고 8개가 사업변경된 것도 고용보험 정책의 난맥상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사전?사후 감시는 '형식적' 더 큰 문제는 고용보험기금은 갈수록 비대해지는데 비해 감시체계는 허술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토론자는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고용보험전문위원회와 고용보험실무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통보하는 형식"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다른 토론자는 "오늘 오전에야 토론자료를 받아 지금 읽고 있는 중"이라며 멋쩍어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