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못믿을 I M D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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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IMD(국제경영대학원)가 지난 11일 발표한 2005년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쟁력 순위를 조사대상 60개국 중 29위로 6계단 상승시킨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경쟁력을 높게 매겨준 자체는 고마운 일이지만,'과연 그만큼 개선됐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평가항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자.환율 안정성은 한국이 전세계 2위로 평가됐다.
지난해 10월부터 환율이 급락하면서 경제에 충격파를 미치고 있는 실상인데도 한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환율이 안정적이라고 IMD는 진단했다.
외국인에 대한 공공부문 계약의 개방성 정도는 지난해 56위에서 올해 39위로 뛰었다.
하지만 정부조달 시장은 외국인에게 사실상 문이 닫혀 있다.
IMD는 이런 객관적 사실을 검토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고용증가율은 지난해 42위에서 올해엔 21위로 나타났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고 청년실업률은 높아지는 추세인데 무슨 근거로 이렇게 평가했을까.
IMD의 한국 파트너인 산업연구원은 "IMD가 자체 데이터로 평가한 것이며 그 근거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경쟁력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지난해와 올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큰 변동이 없는데도 순위는 53위에서 16위로 점프했다.
지난해 데이터가 잘못 제공된 탓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4위로 6계단 뛴 종이 등 재활용률도 실제 재활용 비율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통계오류를 바로잡은 데 따른 것이다.
또 서울의 생계비 지수는 전세계 56위로 나타나 서울은 '타의에 의해' 전세계 주요도시 중 생계비가 네번째로 비싼 도시가 됐다.
이같은 결과는 조사방법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IMD가 정부 공인 통계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불신의 첫번째 사유이며, 설문조사도 불충분하게 이뤄진 것이 두번째 사유다.
IMD는 겨우 1000명에게 설문자료를 보내 100명 정도로부터 응답을 받은 결과를 갖고 경쟁력 순위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IMD가 이런 문제를 고치지 않는다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결과가 춤을 춘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