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북한 핵 도박

북한이 영변의 5MW 시험 원자력발전소에서 8000개의 폐연료봉 인출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폐연료봉 인출은 폐연료봉 저장과 재처리 과정을 거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북핵(北核)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을 한층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중대한 도발행위임이 분명하다. 현재로선 북한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인지 아니면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같은 벼랑끝 전술은 북한의 고립을 재촉하고 국제사회의 불신과 강경대응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뿐이다.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그 목적 달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실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은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당장 미국내 일부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이르면 다음달중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비롯한 각종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핵실험 유력지로 부각되고 있는 함경도 길주지역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북한을 감싸는 입장을 취해오던 중국 외교부까지 "세계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겠는가. 북한은 이쯤에서 핵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6자 회담 테이블에 복귀해야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얼마전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서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북ㆍ미 양자 대화도 가능하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벼랑끝 전술을 고집해 과연 무슨 실익(實益)을 얻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바닥날 경우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정부도 사태 변화에 따른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대비책을 미리 미리 세워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북핵문제 및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 입장을 유지해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문제가 해결돼 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한ㆍ미간 정보교류체제를 보다 완벽히 하는 것은 물론 중국 일본 등과도 한층 굳건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북한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더욱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