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칸의 계절‥심재명 < MK픽처스 사장 >

심재명 영화인들에게 5월은 '칸의 계절'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5월 중 2주간 열리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한국 영화인 1000여명이 칸을 찾아간다. 엄청나게 큰 규모로 열리는 마켓에 나가 자국영화를 팔거나 외국영화를 사려는 바이어의 신분으로, 또는 경쟁부문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 주인공 자격으로,토론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의 참관 자격으로 가는 것이다. 농반진반으로 영화제가 열리는 이 기간에 한국 영화계 사람들의 절반이 칸으로 이동, 충무로는 개점휴업 상태라고도 얘기한다. 이 기간에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언론 시사회를 연다해도 좌석이 썰렁한 편이고,어느 영화인에게 업무나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세월의 변화와 한국영화의 변화를 '칸영화제'를 통해 새삼 느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칸에서 한국영화나 영화인의 위상은 미미했다. 대부분 외국영화를 수입하기 위해 가격경쟁을 벌이는 바이어 자격이 대부분이었다.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고 르미에르 극장을 향하는 경쟁부문 영화의 주인공은 으레 서구인들의 것이려니하며 먼 발치에서 구경이나 했던 것이 몇 년 전이다.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한국영화는 감독상(영화'취화선')과 심사위원대상(영화'올드보이') 등을 수상하며 칸 국제영화제에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영화 수출입 분야에서도 과거 외국영화를 사오던 입장에서 이제 한국 영화를 파는 업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는 사상 최대로 경쟁 부문을 비롯 모두 8편의 한국영화가 칸에서 상영된다. 우리 영화가 그동안 일궈온 위상과 작품성 등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화려하며 떠들썩한 칸영화제 진출과 수상이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부문이 아닌 부문에 초청된 작품에 대해 레드카펫을 밟게 되었다는 잘못된 기사나,영화제 진출이나 수상 결과를 '석권'이니 '선전'이니 하며 무슨 스포츠 경기처럼 보도하는 각종 미디어의 보도 태도는 무척이나 구태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