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성장률 2%대로 주저앉는다면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2%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마 그 정도일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을 만큼 예상을 벗어난 저조한 실적이다. 분기 성장률로는 2003년 3분기 이후 처음인 2%대 성장에 대해 한은은 '담배생산 감소'라는 돌발변수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내놨지만 어쨌든 이렇게 되면 올 상반기 성장은 당초 한은이 전망했던 3.4%에 못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은은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그조차도 장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고 해도 수출증가세 둔화를 상쇄(相殺)하기엔 미흡해 보이는데다 유가 환율 북핵 등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갖가지 악재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마디로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세운 4% 성장률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정부 정책이다. 솔직히 말해 정부의 경제정책이 과연 경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경제부총리는 재정의 조기집행 등 경기확장 정책을 차질없이 밀고 나겠다고 하지만 정작 분위기는 딴판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부동산 대책만 하더라도 그렇다. 부동산 투기는 물론 잡아야겠지만 그렇다고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관도 없다는 듯 오로지 거기에만 매달린대서야 될 일이 아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외국기업이건 국내기업이건 한푼의 투자가 아쉬운 판에 수도권 공장의 신·증설이 되니 안되니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례들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러고서는 살아날 경기도 죽이기 십상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염두에 두고 정책의 우선순위라든지 정책간 조화 문제를 잘 살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