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출신 CEO 4명' 웅진그룹의 용병술


직원 일곱 명짜리 영세 출판사에서 10개 계열사에 매출 2조원대의 중견 그룹으로 성장한 웅진그룹.웅진의 성공 신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윤석금 회장의 용병술이다.


윤 회장의 남다른 용병술은 대부분 회사들이 꺼리는 운동권 출신을 뽑아 최고경영자(CEO)로 키워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현재 웅진그룹의 최고 경영진에는 운동권 출신이 네 명이나 된다.


김준희 웅진씽크빅 사장을 비롯 현무환 웅진미디어 사장,박익순 웅진교육문화연구소 소장(상무),최정순 웅진인재개발원 원장(이사)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1980년 웅진그룹의 모체인 '웅진출판'의 초창기 멤버로 윤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무명의 영세 출판사였던 탓에 '인재난'을 겪고 있던 윤 회장은 당시 윤구병 서울대 철학과 교수(현 변산공동체학교장)의 소개로 '룸펜' 신세이던 명문대 운동권 출신을 대거 영입하게 된 것.서슬퍼런 5공화국 정권 초기 웅진출판 편집실에는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정보기관 요원이 상주할 정도였다.


웅진씽크빅 김 사장은 서울대 법학과 76학번으로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된 경력을 갖고 있다.


웅진출판을 아동 전집류 출판사에서 1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국내 빅3 대형 학습지 회사인 웅진씽크빅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 중 한 사람이다.
웅진미디어 현 사장은 서울대 독문과 77학번으로 지난 80년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된 바 있다.


김 사장의 대학 1년 후배이지만 웅진 입사에서는 김 사장보다 선배.웅진 교육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학원 프랜차이즈 브랜드 '석세스올'을 총 지휘하고 있다.


웅진교육문화연구소 박 소장은 서울대 불문학과 78학번으로 5공 초기 반정부 시위를 하다 집시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
웅진미디어의 현 사장 등과 함께 웅진출판의 초기 작품 '어린이 마을' 등을 히트시켜 웅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웅진인재개발연구원 최 원장은 두 차례의 옥살이를 겪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75학번으로 79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년,80년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1년2개월.웅진그룹 최초 여성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여성 운동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후문.
웅진그룹 관계자는 "운동권 출신 특유의 기획력과 열정,여기에 자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준 윤 회장에 대한 '의리'까지 더해 그룹 발전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