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계형 신불자 대책과 '희망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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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지난 4월1일 생계형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시행하면서 무소득자 및 비정규직 소득자 계층의 채무 재조정이 가능해졌다.
특히 신용불량자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기초수급자로 있는 동안은 상환을 유예하고 이에서 벗어날 경우 10년간 원금을 분할 상환토록 하는 등 매우 관대한 조건이다.
실업,군복무 등으로 소득원이 없는 청년층과 사업 부진 등으로 채무상환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 신불자도 1~2년간의 상환 유예 후 8년간 원금 분할 상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대책은 기존 신불자대책에서 소외됐던 저소득층 신불자 집단을 세분화하고,각 집단에 맞춤화한 채무상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실 이번 신불자대책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차단하고 서민경제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사회통합 및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생계형 신불자의 경우 채권 회수율에 대한 기대는 낮을 수밖에 없어 금융회사의 고통 분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법적 절차인 개인파산 신청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파산신청자의 60% 이상이 소득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회사는 잠재 파산자로부터의 채권 회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을 감안,제도 시행 6개월간을 준회수 불능 채권 정리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편 소액 다중채무자 대상 공동채권추심기구인 '희망모아'도 16일 출범한다.
현재 30개 국내 주요 금융회사의 다중채무자 126만명을 대상으로 7~8년간 원금 분할상환 방식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비신청자들에 대해서도 '희망모아'를 통해 채권추심 절차를 단일화함으로써 채무자의 정상적 경제활동을 돕고 금융기관의 비용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희망모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선납금 면제 기회 제공,채무자 상황을 고려한 점증형 원금상환 방식 적용 등 채권회수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제도의 성패는 무엇보다 채무자들이 차후 보다 나은 조건의 제2,제3의 신불자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달렸다.
이제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신용사회로 진입했으며 정부 주도의 한시적 대책에 의존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항시적인 개인신용회복 제도를 구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일정 비율의 과다 채무자가 상존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인식하고,연체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선의의 과다 채무자에 대한 재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개인채무자 회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금융회사의 자율적 채무재조정,개인워크아웃 및 '희망모아' 등 사적 부문의 채무재조정,공적 개인회생제도 및 파산제도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