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펀드, 단기수익 집착땐 실패확률 높아"

"투신사들의 인수합병(M&A)이 일단락되면서 자산운용업계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입니다. 지금 업계 순위는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5년후에는 자산운용업계의 판도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LG투신운용 백경호 사장(44)은 요즘 '전쟁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KB자산운용을 그만두고 LG투신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지난 두달 간 전략과 전술을 짜는 데 시간을 보냈다. 백 사장은 D데이를 6월1일로 잡고 있다. LG투신운용과 우리투신운용이 합병해 새출발하는 날이다. 합병사 이름은 '우리자산운용'으로 정했다. 백 사장은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가 기업금융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나서는 게 목표"라며 "각종 파생상품과 부동산펀드 등 대안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우리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 경험을 살려 경쟁력을 가진 부동산펀드와 SOC(사회간접자본)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이르면 올해 말 도입예정인 퇴직연금의 경우 향후 자산운용시장을 재편할 만큼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에선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금융의 강점을 활용해 3조∼5조원 규모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채권형 펀드를 만들 생각"이라며 "주식형 펀드는 최소 3∼5년 간 일관되게 유지하는 제대로 된 장기투자 상품 위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백 사장은 간접투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적립식 펀드도 주력상품 중 하나로 키울 생각이다. 그는 그러나 "적립식 펀드가 새로운 투자형태로 급속히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적립식은 웬만해선 손실을 안 보는 상품이라든지,이익이 나면 단기간에 환매하는 게 낫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펀드 투자에서는 '분산투자'와 '장기투자'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두가지 원칙은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펀드에 투자하려면 먼저 개인의 일생 동안 재무설계계획(Life Planning)을 먼저 세운 후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목적에 맞는 펀드에 분산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개인들 사이에선 간접투자에서도 뚜렷한 방향없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행태가 널리 퍼져있습니다." 백 사장은 또 "한번 투자한 상품은 시장 상황에 상관 없이 인내심을 갖고 장기보유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펀드 선진국처럼 단기 결과(수익률)보다는 과정(운용원칙)을 중시하는 투자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로지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춰 펀드를 고르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어떤 원칙에 따라 운용하는 펀드인지부터 꼼꼼히 살피면 미래 수익률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