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고1' 학원으로… 또 북적대는 대치동


"내신을 강화하면 사교육이 준다고요? 죽어가던 동네 보습학원들까지 되살아날 겁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종합학원 김모 상담실장)


대입 전형에서 내신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하는 2008학년도 대입의 첫 대상자인 고1들의 중간고사가 끝난 지난 15일.대치동의 유명 학원들마다 밀려드는 학부모들의 등록 및 문의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자녀들로부터 내신성적 올리기 경쟁으로 '험악해진' 중간고사 분위기를 전해들은 학부모들이 학원 수강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A학원 김 실장은 "이번 학기부터 고교마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으로 점수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내신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 때문에 그동안 관망해 왔던 학부모들까지 학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논술면접 비중을 대폭 높여 신입생을 뽑겠다며 교육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등 대입제도의 향방이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도 학생들의 '학원행'을 부추긴 또 다른 원인이다.
한 수학전문 학원 강사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교육 정책이 한번 바뀔 때마다 학원들은 3년간 호황을 맞는다는 게 정설"이라며 "최근 몇년간 1년에 한번 꼴로 수정돼온 만큼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학원들은 불황을 맞을 틈도 없었다"고 밝혔다.


○최소 40만원 있어야 대입 컨설팅 받아=지난달부터 대치동 등 강남지역에 '컨설팅'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학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대학마다 서로 다른 전형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전형 종류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학 진학 방법을 가르쳐 주고 돈을 받는 컨설팅 전문학원까지 등장했다는 것이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컨설팅 학원이 하는 일은 기업을 상대로 하는 컨설팅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이 어디인지를 알려주고 중간고사 성적을 보여주면 △내신 중 어느 과목에 치중해야 하는지 △논술 등 대학별 시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수능에는 어느정도의 공을 들여야 하는지 △경시대회 입상 등을 통해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상세하게 상담해 준다.
컨설팅 비용은 시간당 1만원 안팎인 학원 수강료의 10배 수준에 이른다. K교육컨설팅의 진학 상담료는 시간당 10만원. 이나마 학생의 성적표를 미리 팩스로 보내줘야 예약이 가능하다.


이 학원 근처에서 만난 학부모는 "궁금한 것을 묻다 보면 최소 4시간은 필요해 40만원 가량 들었다"며 "좀 비싸긴 하지만 고교 1학년 아들이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에 확실한 대입전략을 세우기 위해 투자했다"고 답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특A급 컨설팅을 받으려고 100만원 이상 주는 경우도 잦다"고 귀띔했다.


○'고1 명품 연합반'도 운영=대입에 필요한 과목들을 전부 가르쳐 주는 '패키지' 형태의 강좌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도 대치동 학원가에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 중 하나다. 학생들이 내신과 수능,논술 수업 모두를 원하자 학원에서는 아예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패키지 강좌는 수업이 많다 보니 학원비도 올라간다. 대치동에서는 하루에 4,5시간씩 주 4회 수업을 할 경우 50만~60만원은 줘야 패키지 강좌를 들을 수 있다. 5개 과목을 묶어 패키지 형태의 종합반을 운영하는 대치역 부근 강남 케이스학원은 주 4회 수업을 해주고 50만원을 받는다. 대치 메가스터디학원도 61만원에 주 4회 5시간씩 내신 수능 논술을 모두 가르치는 '고1 명품 연합반'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의 질'을 따지면서 강좌당 학생 수는 줄고 있다.


한 반의 학생이 5명만 돼도 학부모들은 강사가 학생에게 신경을 써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원들은 1~2명의 학생만 데리고 수업을 진행한다.


와이수학전문학원 이종석 원장은 "목숨 걸고 공부하는 이 지역 학생들은 수강료 액수보다는 '맞춤형 수업'을 해줄 수 있는지 여부를 더 중시한다"며 "학부모들 중 상당수는 학원이 과외처럼 1 대 1 수업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 땐 새벽 4시까지 학원에서 공부=새로운 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감으로 학교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는 학습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대치동 인근 J고등학교 1학년인 박 모군(17)의 경우 주중에는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토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논술 언어 외국어 사회탐구 등 5개 과목의 수업을 듣는다. 평소에는 수능과 논술 중심으로 수업을 받지만 중간고사 시작 보름 전부터는 내신 중심으로 학원 강의가 바뀐다. 박군은 "중간고사 기간에는 학원에 새벽 4시까지 있었다"며 "학원에서는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단체로 빵과 김밥도 맞춰놓는다"고 말했다.


송형석.김현예.유승호.이상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