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우려 달러매입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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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와 유로화 등 세계 주요국 통화들이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세(글로벌 달러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만 유독 3주째 강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 절상에 관한 각종 루머가 나돌면서 원화가치 동반절상 우려가 국내 외환시장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13일) 1001.50원에 마감됐다. 이달 초(2일 1001.20원)와 비교하면 불과 30전(0.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달 들어 엔화와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2%가량씩 평가절하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998.90원으로 7년반 만에 종가 기준 세자릿수 환율을 기록한 이래 3주째 1000원 근처에서 극심한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 환율 상승을 부추길 만한 재료에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환전문가들은 이처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정체된 것은 위안화 평가 절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외환애널리스트는 "해외 시장은 미국의 경제지표 등 다른 변수들을 지켜보면서 움직이는데 국내 시장은 위안화 절상의 불확실성 때문에 딜러들이 한쪽으로 베팅하는 걸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나 엔화같이 국제화된 통화들에 비해 원화는 위안화 절상 이슈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려면 해외 투자은행 등 역외세력들이 달러를 사줘야 하는데 위안화 절상 이슈 탓에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오전 중에 달러화를 샀던 딜러들도 마땅한 후속 매수세력이 없어 오후 들어서는 다시 내다파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태연 동양선물 외환애널리스트는 "평소 50억달러까지 갔던 하루 외환거래량이 지난주에는 24억달러까지 떨어졌다"며 "위안화 불확실성 때문에 실수요자들만 달러화를 거래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 것은 네자릿수 환율 붕괴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 절상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이것이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위안화 절상은 본격적인 세자릿수 환율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는 비관론과 "위안화 절상 영향은 이미 원.달러 환율에 반영돼 있다"는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