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우량기업 '멸종위기'

최상위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를 받는 미국 초우량 기업들이 급감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야 하는 사례가 늘면서 신용등급 하향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신용등급이 AAA인 미국 기업은 '희귀동물'처럼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채권투자자들이 미 금융시장에서 AAA 등급 회사채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비금융부문 미국 기업은 엑슨모빌 제너럴일렉트릭(GE)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UPS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 등 6개사뿐이다. 지난 1980년 S&P와 무디스로부터 AAA 등급을 부여받았던 기업이 각각 32개와 58개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추락이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도 올 들어 회계부정 문제로 AAA 등급을 박탈당했다. 이처럼 AAA 등급의 미국 기업 수가 급감한 것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 무디스의 존 론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라 업체들과의 경쟁심화가 미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크본드(투기등급) 수준으로 떨어진 GM과 포드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일본 업체의 추격으로 일찍이 1981년과 1980년 각각 AAA 등급을 박탈당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엔론의 파산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은 이후 기업평가에서 종전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변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P는 지난 2002년 사상 최대치인 652개사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등급을 상향조정한 기업 수보다 5배나 많은 것이다. 무디스 역시 2001년 사상 최대 규모인 771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