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력 공급루트 다양화해야

김상열 의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크게 연장된 것은 인류의 큰 축복 중 하나다. 또한 개인적으로 오래 살면서 병 없이 지내는 사람은 '복(福)에 복(福)'을 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무병장수의 축복이 문제시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고령화'시대의 도래다. 이대로 가면 205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9%로 곤두박질치고 연금재정이 2047년에는 완전 소진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아울러 과중한 노인부양 부담 때문에 신ㆍ구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소지도 크다. 고령화가 어쩌면 우리 사회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고령화 문제는 산업 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제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주축이 40대로 옮겨진 지 오래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20대 위주였는데 이대로 두면 5~10년 후에는 일본처럼 50대가 산업현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젊은 피'를 수혈 받으면 될 것 아니냐 하겠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저출산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젊은층의 3D 기피 등으로 고령화가 심화된 측면이 크다. 예전에는 10명중 4명이 제조업에 취업했는데 요즘은 2명도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까지 맞물려 구조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산업고령화도 문제지만 고령층을 사장시키는 노동시스템은 더 큰 문제다. 지금과 같은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는 고령층을 더 쓰고 싶어도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아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 어렵다. 생산요소로서의 노동이 오히려 기업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소위 '젊은 피'는 안 들어와 못 쓰고 고령층은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것이 현재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산업의 자화상이라 할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산업이 별 탈 없이 무병장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노동공급 루트를 다양화하는 것이 해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고용형태와 노동공급처를 크게 넓혀서 현재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풀타임이나 단시간근로, 기간제근로 등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은 환경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또 예전 같지는 못하겠지만 제조업에 많은 청년인력이 취업할 수 있도록 이공계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20대까지만 해도 남성과 비슷한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이다가 30대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은 사회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고급 인재를 양성해 놓고도 출산과 육아문제로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포기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2050년까지 현 수준의 노동공급 유지 방안으로 지적했 듯 노동의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 직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의 글로벌화만 외쳤지 노동의 글로벌화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순혈주의 고집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서 고령층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에 비해 체력이나 감각은 떨어진다 해도 축적된 지식과 풍부한 노하우는 우리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다(多)출산만 바라보는 '천수답식' 노동정책만으로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개인의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다출산을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다산(多産)만으로 완전히 해소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고령화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심각하지 않고 우수한 노동력도 풍부하다. 다만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지혜와 시스템이 부족할 뿐이다. 현재의 인적자원만 잘 활용해도 고령화에 따른 어려움은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 우리산업의 장수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