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과 FTA '생각이 없나'

한국과 일본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일본 농수산물시장 개방 확대 여부를 놓고 암초에 부딪친 양상이다. 이에 따라 당초 양국 정부가 목표했던 올해 연말까지 타결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농수산업 분야 개방을 최소화하겠다는 일본 입장에 변화가 없는 데다 일본이 통상채널이 아닌 안보라인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협상 당사자 간 신뢰에도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농수산물 개방에 발목잡힌 협상 양측은 지난 2003년 12월 첫 협상을 시작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본 농수산물과 한국 공산품 시장 개방 수준이었다. 작년 10월 일본은 전체 시장의 95%를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농수산물 시장 개방 폭은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다. 국내 전문가들은 양국 간 공산품 교역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일본이 시장 95%를 개방하더라도 농수산물 시장 개방 수준은 50∼57%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자국이 경쟁력 있는 공산품시장은 확실히 열고 불리한 시장은 가능한 한 개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공산품 개방 수준을 낮춰잡을 것이라던 일본 등의 예상을 깨고 공산품 95%,농수산물 90% 개방이라는 안을 내놨다. 공산품 시장은 단기간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일본과의 FTA를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한 것. ○일본의 '외곽때리기'에 발끈한 한국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의 적극적인 입장을 확인하고서도 개방 수준보다는 구체적인 개방 내용을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등 성실한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가 일본측에 농산물시장의 개방 폭을 구체화하는 등 실질적인 협상 진전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자 일본 정부는 한국의 안보라인에 '협조'를 요구하는 등 '외곽전술'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한 언론은 최근 자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국이 강경자세를 고수하는 것은 김현종 본부장의 개성 때문인 것 같다'며 그의 변호사 경력까지 들먹였다. 한국이 FTA를 통해 결국 김 참치 등 경쟁력 있는 분야의 수입할당제를 폐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상대 국가 협상대표의 '개성'까지 공격 대상이 된 마당에 당분간 협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올해 말 타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협상 진척의 '공'을 일본측에 넘긴 만큼 후속 조치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