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금융권 경쟁격화 약인가 독인가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의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등 최근 금융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에서 경험했 듯 금융회사들의 무리한 경쟁은 필시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국가 경제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감독당국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본다. 실제 요즘 벌어지는 금융회사들의 시장 점유율(占有率) 경쟁은 과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언제 외환위기나 카드대란을 겪었나 싶을 정도다. 은행들은 역(逆)마진까지 감수하면서 다른 은행의 고객 빼오기에 몰두한다고 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에서 과열경쟁이 심해 경기가 어려운데도 주택담보대출은 올들어 5조원이 새로 늘어났다. 과열양상을 보이는 주택경기도 따지고 보면 은행들의 과당 경쟁에서 비롯된 셈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상황은 제2금융권으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무리한 현금서비스 경쟁 탓에 극심한 후유증을 겪었던 카드업계는 또다시 무이자 할부판매나 무분별한 사은행사 등을 벌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물론 보험 증권분야도 이미 과열 경쟁이 문제가 돼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았을 정도다. 금융회사들의 적절한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금융권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물론 금융회사들이 공격적 경영에 나서는 것은 과거보다 재무상황이 많이 건실해졌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경고했 듯 이제는 금융권이 아닌 가계부문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변동금리(變動金利) 상품이 급증, 금리가 오르면 일반 가계의 이자부담도 따라서 커지는 만큼 카드대란 때처럼 이자를 제때 못내는 가계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국내은행들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2003년 71%에서 올해는 85.4%로 올라가는 등 우리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빠른 시일안에 금융회사들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과당경쟁으로 인한 금융불안을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감독당국의 늑장대처가 금융불안을 키워왔음을 보면 이번엔 보다 신속하게 대안이 나와야 한다. 혹시나 감독부실로 인해 조그만 금융불안이라도 생겨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