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최평규 회장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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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기업인에게 노조원들이 그렇게까지 폭행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한 직장인)
"외국에 나가면 극진한 대접을 받는 기업가들이 한국에서는 존경받기는커녕 두들겨 맞는 것을 보고 기업할 마음이 나겠습니까?"(C모 사장)
한경 20일자 A1면에 최평규 통일중공업 회장의 병상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노조의 과격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꾸지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취재기자 입장에서 아파서 누워있는 최 회장을 인터뷰하는 것은 고민거리였다.
최 회장 본인이 노조를 자극시킬 것을 걱정해 인터뷰를 한사코 고사하는데다 기사가 나간 뒤 혹시 노동계로부터 최 회장편을 들어준다는 오해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자신의 월급까지 반납하고 개인돈으로 사원들에게 격려금까지 줬는데도 노조원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최 회장에게 만나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지난 19일 서울의 A병원.입원실에 누워있는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하는 것은 기자생활 10여년만에 처음이었다.
최 회장의 모습은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는 노사합의를 무시한 신임 노조 집행부와 전환배치를 거부한 해고자들로부터 경남 창원공장에서 집단폭행당했다. 목 디스크 등을 다쳐 입원한 뒤에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내가 이러고 누워 있을 때가 아닌데….노조만 도와준다면 정상화 속도가 빠를텐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2년전 장기파업을 벌이던 노조를 향해 "노조가 도와준다면 2년 안에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노사 대타협을 통해 지난해 흑자기업으로 전환시켰다.
최 회장은 자신을 집단폭행한 노조를 미우나 고우나 동반자로서 다독거리겠다고 말했다.
"두고 보세요.노조도 틀림없이 변할 겁니다.시간이 좀 걸릴 뿐이겠지요.김 기자에게 약속하지요."
최 회장의 각오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