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사권 분권화 미룰 수 없다

양승돈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최근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찰의 수사주체성 인정''검·경 간 상호 협력관계'를 요구하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장한 반면 검찰은 조정안에서 법 개정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중요 쟁점 사안에 대해 자율적인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한 채 결렬되고 말았다. 자칫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처럼 비쳐지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검·경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양질의 수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어쨌건 관련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으로 초래될 폐해를 문제삼아 중요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경찰의 행태로 볼 때 검찰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바는 아니지만 수사의 주체가 항상 검찰이어야만 한다는 논리 역시 근거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독립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협의를 통해 수사권을 현실화하자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다. 범죄 수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차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경찰이다. 따라서 법률상으로 일차적 수사에 대해 주체적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문구를 삽입하자는 게 경찰의 의견이다. 그 목적은 더욱 책임감 있는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검사와 대등한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민주주의 이념에 맞추어 상명하복이 아닌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수사의 주체가 검사'라는 현재의 법조항 때문에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갖는 독점 폐쇄성이 짙어지고 있다. 결국 수사 지휘 절차가 복잡해지고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국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공조직 구조도 이제 개방화·분권화해 가는 변화를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눈을 돌려 다른 나라들을 봐도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수사권의 분권화가 정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하고,검·경 간 예속관계를 협력관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국 범죄심리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