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부동산시장 '패닉'] "가격 상관없다…무조건 팔아달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 대책이 내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상하이 부동산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 시장 전체가 거의 패닉(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푸둥(浦東) 등지의 고급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폭락할 조짐이어서 이곳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인들도 상당한 투자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22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상하이 아파트를 대거 매입,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원저우(溫州) 등 외지인들이 보유 중인 아파트를 속속 처분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출신의 한 투자대리인은 지난주 1주일 동안에만 이우지역 투자자 16명의 위탁을 받아 모두 258채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 시내 중산(中山)공원 주변에서 부동산 중개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쑤(蘇)사장은 "최근 한 원저우 투자자로부터 아파트 4채를 싼 가격이라도 좋으니 무조건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그러나 사려는 사람이 없어 각 부동산중개업체마다 매물만 쌓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푸둥과 구베이(古北) 등지에서는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폭락 조짐이 뚜렷하다. 푸둥의 고급아파트인 차이푸하이징(財富海景)의 경우 연초 설(춘절) 직전에는 ㎡당 5만7000위안(1위안=약 123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주말에는 3만3000위안으로 40% 이상 급락했다. 구베이 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P씨는 "한국인들이 많이 투자했던 구베이 지역의 45평짜리 아파트 중에는 시세보다 30만위안이나 낮은 가격으로 매물이 나온 것도 있다"며 "서울 투자자로부터 가격을 불문하고 팔아달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 부동산랜드 김형술 사장은 "상하이 부동산가격이 지난 4월 초를 고비로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고강도 규제정책을 내놓은 이후 부동산시장이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급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규제 정책이 실시되는 6월1일 이전에 보유 물량을 처분하려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자금압박을 받지 않는 서울 투자자들은 보다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정책이 상하이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급랭하면,그동안 은행 자금에 의존해 부동산을 개발해왔던 관련업체들의 경영이 악화될 것이며,이는 곧 금융권 전체의 불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개발은 상하이시의 총 생산에서 8.4%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거래,장식,가구 등을 포함할 경우 총 생산비중은 19.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재정수입의 30%를 부동산 관련 산업에서 충당하고 있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게 되면 상하이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이 곳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에 미칠 파급효과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의 이셴룽(易憲容)주임은 "지난해 상하이 금융권의 신규 부동산 관련 대출금액은 1023억 위안으로 전체 신규 대출의 76%에 달했다"며 "부동산 시장의 급랭은 금융권 부실채권 증가 등의 악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 말 현재 중국 전체 금융회사의 부동산대출 규모는 2조6000억 위안으로 부동산시장이 급팽창하기 시작했던 지난 98년보다 약 10배가 늘었다. 이같은 파장을 의식,일각에서는 상하이시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구체적인 부동산 규제조치에서 충격 완화를 위한 보완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