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세영 명예회장 영전에'

정세영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평화롭게 영면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 땅 근대 자동차 산업의 최고 선구자이며 한국 자동차산업 해외 진출의 개척자인 선생님이 이 나라 경제 산업발전에 기여한 큰 공로를 절절히 기립니다. 전 현대자동차 회장이라 부르기에는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이 열리는 날 운명하셨기에 너무나 애통하여 입이 떨어지지 않고,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어색하고,한미협회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고려대 교우회장이란 직함은 부르기에 양이 차지 않아 그냥 선생님이라 부르렵니다. 선생님의 이름과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공은 동의어입니다. 한국이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공한 것은 전적으로 선생님의 '창의 결단 모험 합리경영'의 작품이었습니다. 선생님의 34년에 걸친 고생 고통 인내 절제의 희생 위에 근대산업의 꽃인 자동차산업이 이 땅에서 피어났습니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외국인의 지배에서,그리고 정부의 지배에서 자립시키는 과정의 피나는 진통을 증언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국산 브랜드 자동차가 세계를 제패하도록 가장 빠른 시일에 키운 기적을 선생님의 표석에 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73년 한국 최초로 외국인을 경영책임자로 초대하고 포니를 수출하는 창의적 결단이야말로 한국 자동차의 세계화와 근대화 성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87년 워싱턴 포스트지는 한국 정부에 포니 수준의 민주주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선생님은 현대그룹 해외 진출의 첨병이었습니다. 현대건설의 첫 해외 진출 사업인 태국 고속도로 사업을 총 지휘하셨고,그 성공으로 68년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라는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66년 1월 태국 최남단 말레이시아 접경 지역의 공산 게릴라들이 출몰하고 더위와 모기가 기승을 부리던 빠따니-나라티왓 고속도로 현장에서 고생스럽던 추억이 이제는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선생님은 항상 애국과 원칙이라는 두 기준을 가지고 자신과 기업을 경영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늘 겸손하고 사치를 멀리했으며,촌스러울 만큼 절제했습니다. 늘 불우한 이와 단체들을 도왔으나 조용하고 티나지 않았으며 자기를 괴롭히는 상대에게도 표나지 않게 조용히 방어하고 제압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인품을 간직하면서 무(無)의 땅에서 가장 세계적으로 성공한 자동차공업을 일으키신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선생님의 큰 역량과 반듯한 인격도 한국적 가족사의 애환을 숙명처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선생님 어찌 눈을 감으셨습니까. 못다한 유업,마지막까지 찾으시던 새 사업은 아드님과 유능한 경영자들이 꼭 성공해낼 것입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金鎭炫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前 과기처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