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패트롤] 재개발 수주경쟁 과열 ‥ 호텔서 호화판 설명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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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공사수주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부작용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특히 사업 규모가 큰 대단지 노후주택 재개발사업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은 해당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특급호텔에서 설명회를 개최하고 각종 고가 경품을 남발하고 있다.
23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양평 12구역 재개발 수주를 놓고 맞붙은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9일 저녁 그랜드힐튼서울호텔과 워커힐호텔에서 각각 조합원을 초청한 사업설명회를 마련했다.
GS건설이 먼저 호텔 설명회 계획을 내놓자 현대산업개발이 맞불 작전을 펼치면서 같은 날 특급호텔 사업설명회가 이뤄진 것이다.
GS건설은 이날 그랜드힐튼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식사와 그릇 세트를 제공했다.
이어 냉장고 등 고가 경품에 주현미씨 초청공연까지 기획해 조합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워커힐호텔 한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워커힐쇼까지 관람시켰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구민회관이나 학교강당 등에서 사업설명회가 주로 열렸으나,최근 건설업체 간 수주경쟁이 가열되면서 호화판 설명회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초 동부건설과 SK건설이 맞붙었던 흑석 6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도 두 업체 간 과열행태가 화제를 모았다.
이들 업체는 과거 연희1구역과 수색5구역에서도 맞붙었던 터라 비방 광고까지 쏟아내는 등 감정적 행동도 잇따랐다.
동부건설은 강남권에서 랜드마크 단지로 부상한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현장방문 행사를 가졌다.
이에 SK건설은 워커힐호텔 설명회로 대응했다.
또 주변 중개업소를 홍보관으로 잡고 해당 지역에 비방성 현수막을 내거는 등 대대적인 현수막 공세를 펼쳤다.
이같은 과열양상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재건축 공사 수주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데다,재개발 시공사 선정시기가 조합추진위원회 설립 단계로 앞당겨지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낭비성 비용이 결국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가돼 일반분양 아파트 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과열 수주 방지를 위해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재개발 수주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