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몸에 기록된다..김연수씨 세번째 소설집 펴내


제14회 동서문학상,제34회 동인문학상 등을 받은 신예작가 김연수씨(35)가 세 번째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창비)를 펴냈다.


책에는 삶의 진실 이면에 숨겨진 굴곡들을 파헤친 9편의 연작이 실렸다.
작품들을 보면 작가가 다양한 글쓰기 실험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뿌넝숴(不能說)'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는 독백체의 진술문으로,'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 보고 형식의 서간문으로,'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는 개화기 지식인의 문체를 각각 사용했다.


'뿌넝숴'는 옌볜의 중국인 관상가가 한국인 소설가를 만나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으로 참전했던 기억을 회고하는 작품이다.
관상가는 사연을 들려주며 역사는 책이나 기념비에 새겨지는 게 아니며 인간의 몸에 기록되는 것인 만큼 진실한 삶이란 결코 '말해질 수 없다(不能說)'고 얘기한다.


기록된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진실을 탐구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은 널리 알려진 춘향전을 비틀어 전혀 다른 관점에서 풀어냈다.
사실은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준다.


춘향은 이몽룡에게 뜨거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옥중에서 '그것이 몽룡만을 향한 마음이었을까.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춘향을 가까이서 지켜본 군뢰사령도 변사또가 수청을 강요한 파렴치한이라는 말은 사실무근이라고 진술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