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공공기관 확정] 한전 유치전 과열 ‥ 표심 이탈할까 보류

정부와 여당이 공공기관 이전의 '뜨거운 감자'인 한국전력의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몇차례 발표를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한전 이전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는 그대로다. 지방으로 옮기기로 한 177개 기관 이전안(案)을 국회에 보고한 25일에도 '한전' 만큼은 피해나갔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는 계획대로 이전하는 게 맞지만 자칫 국론분열을 야기할 경우 앞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더욱이 여권 내부에서 심각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이전 사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전 이전 보류 배경=여권이 한전 이전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보류한 데는 다분히 표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호남 지자체들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한전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지역주의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자연 특정지역이 이전 대상지로 결정되면 나머지 지역은 반발할 게 자명하고 이는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재.보선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잃은 여권으로선 오는 10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6월 지방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기름을 부을 악재가 바로 한전 지방이전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게 바로 '한전 이전 보류 방안'이다. 여권이 발표시기를 늦추면서 한나라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사활을 건 것은 예상되는 후폭풍을 여권이 전부 떠안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여론을 무마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고 이게 바로 한전을 이전 대상 기관에서 분리해내는 안이다. ○어떻게 정리되나=여권은 그간 △1+1안(한전 유치지역에 대형 공공기관 1개만 배정) △방폐장과 연계하는 안 △서울에 남기는 안 등 3가지안을 놓고 검토를 계속해왔으나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어느 것 하나 여권의 고민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안은 지역간 형평성 시비로 일찌감치 재고대상에서 배제됐다. 방폐장 연계안도 내부 이견은 물론 지역에서 이의를 제기,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급기야 여당을 중심으로 한전을 서울에 남기는 안 쪽으로 기우는듯 했으나 이 또한 당초 취지를 훼손하게 돼 역풍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여권은 망설이고 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한전을 서울에 남기는 안은 배제했다"고 이전을 강조한 반면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서울잔류안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다른 목소리를 낸 것 자체가 여권내 심각한 이견을 보여준다. 이런 논란 속에 등장한 게 '얼굴없는' 제4안이다. 성 위원장은 "제4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밝힐 수 없다"고 언급했는데 여당 건교위원들조차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한전 본사와 9개 자회사 중 한개만 지방으로 이전하는 안이 거론된다. 한전을 쪼갬으로써 비중을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이 또한 효율성 저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여당의 반발이 변수다. 지도부 인사까지 한전 이전 일단 보류를 들고 나왔다. 한전을 다른 공공기관과 분리해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여권 내부의 이견이 심각한 상황이라 자칫 한전 갈등이 공공기관 이전 사업 전체의 표류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