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극장전'‥ 허위의식에 가득 찬 현대인


홍상수 감독은 현대인의 허위의식을 일관되게 파헤쳐 왔다.


독특한 주제와 내러티브 방식은 관객들이 화면을 대하는 순간 금세 '홍상수 영화'임을 알게 해준다.
홍 감독의 신작 '극장전'은 그의 전작 '생활의 발견'과 비슷하다.


타인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도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심리를 치밀하게 들춰낸다.


일종의 '액자영화' 형식을 빌려 영화와 현실이 서로에 끼치는 영향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 속 영화의 두 남녀와 그 영화를 본 두 남녀의 닮은꼴 행동들이 비교되는 순간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던 행동들이 갑자기 우스꽝스러워진다.


엄지원은 영화 속과 바깥의 여주인공 영실 역을 동시에 맡았다.


영실은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자(김상경과 이기우)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맺는다.
비록 진실은 아니지만 거짓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이들의 행위를 지켜보는 것을 홍 감독은 즐거워한다.


홍 감독은 작품에서 '카메라는 기록장치일 뿐 아니라 관찰자'라는 장 뤽 고다르(프랑스 누벨바그의 선구자)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카메라가 스타일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보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대화 중인 두 인물은 거의 대부분 투샷으로 화면에 함께 등장한다.


이때 카메라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인물들을 관찰하고 있다.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배우들에게 촬영 당일 대본을 나눠주고 배우의 정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야기 순서대로 촬영을 진행한 것도 고다르의 방식과 유사하다.


홍 감독이 롱테이크(길게 찍기)를 즐기는 것은 배우들의 느낌이 연기 도중 예기치 않게 변화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다르가 꺼렸던 줌인(렌즈로 피사체의 크기를 확대하는 기법)을 자주 도입한다.


두 남녀의 대화 장면은 줌인으로 풀샷(인물들의 전신을 포착하는 기법)에서 미디엄샷(허리 위 상체를 포착) 등으로 변화한다.


롱테이크에 줌인을 곁들여 영화가 지루해지는 것을 막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6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