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中企가 뛴다] (8·끝) '수출클럽' 만들어 中企 해외진출 지원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떠오르는 중소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부 역시 이같은 중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공동으로 ‘글로벌 중기’를 선정, 소개해 온 한국경제신문은 이 시리즈를 마감하며 ‘글로벌 중기육성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방향’이란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가졌다.최근 여의도 중진공 회의실에서 이뤄진 이 좌담회에는 송호근 와이지원 대표,한정화 중소기업학회장(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장욱현 중소기업청 기업성장국장, 이동곤 중소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 서정대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이 참석했다.사회는 김낙훈 한국경제신문 벤처중소기업부장이 맡았다.


△사회=핀란드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창업하기 전부터 제품들을 해외 어디에 팔 것인지 생각하고 회사를 설립한다고 한다. 이런 사고가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도 이제는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에만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해야 할 때가 됐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수준은 어떤가.

▲장욱현 국장=지난해 국가 총수출은 늘었는 데 중소기업의 수출 기여도는 2003년 42%에서 지난해 40% 이하로 떨어졌다. 중소업체들의 수출이 증가했지만 대기업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경제 양극화가 수출 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정화 학회장=중소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증가율이 둔화된 것일 수도 있다.


▲서정대 부원장=수출 등 글로벌화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중견 기업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신생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이동곤 부이사장=하지만 생산현장을 다녀보면 깜짝 놀랄만큼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많다. 전통 제조업 중에서도 생산기술과 품질수준,가격경쟁력이 높은 업체들은 '글로벌 중소기업'이다. 앞으로 이들 기업을 더욱 육성하려면 부채비율과 같은 수치에만 너무 연연하지 말고 성장성을 지닌 업체들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서 부원장=10년 전만 해도 내수는 중소기업이,수출은 대기업이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변했다. 중소기업 스스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다만 중소기업이 글로벌화하기에는 아직까지 여러 제도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시스템부터 세계 수준에 맞춰야 한다.


▲장 국장=글로벌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들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기청 입장에서는 전혀 수출을 하지 않는 기업들까지 포함해 단계별로 지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해외에 9개의 수출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도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공동 물류거점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회자=독일과 이탈리아,일본이 선진국이 된 것은 중소기업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서 부원장=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력이 우수하다. 또 이탈리아는 중소기업끼리의 긴밀한 협업이 성공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대기업들을 따라 해외로 진출한 경우가 많다. 국내외에서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이런 요소들을 한꺼번에 정책에 반영하려다 보니 오히려 방향 잡기가 쉽지 않다.


▲장 국장=이탈리아의 '수출클럽(Export Club)'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들을 하나의 클럽으로 구성해 마케팅 경험을 공유하고 해외진출을 공동 모색하는 형태다.


▲이 부이사장=대만에도 유사한 시스템이 있다. 수출 전문기업을 선두에 내세우고 나머지 중소업체들을 위성처럼 연결시키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가 운영 중인 '인케 코퍼레이션'도 소속업체들이 투자하고 종합상사맨 출신들이 가세해 중소업체들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중진공의 수출자문단 사업도 비슷하다.


△사회자=유럽의 강소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죽는다(Globalize or die)'는 각오로 뛰고 있다. 우리도 이런 사고를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송호근 대표=맞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자는 많고 수요자가 적은 상황이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들은 막강한 조직력과 정보력 자금력을 무기로 기존 유통채널을 무시하고 바로 최종 소비자에게 접근한다. 나는 지금까지 쌓은 비행기 마일리지가 350만마일에 이르지만 아직도 해외시장을 잘 모르겠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다면 막연하게 경험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자문료를 지급하더라도 고급 정보를 원한다. 10년 전 일본에 가보니 중국진출시 돈을 내면 전문지식을 제공해주는 기관이 있었다. 공장은 어디가 좋은지 가능성 있는 업종은 무엇인지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고 있었다.


▲이 부이사장=해외로 다니지 않아도 마케팅 영업 물류 등에 대한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구체적인 정보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미국 자동차메이커 '빅3'에 납품할 길을 찾는다면 적어도 다리 역할을 해줄 누군가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정보제공자가 필요하다.


▲한 학회장=정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미스매칭이 많다. 정보가치에 대한 평가도 서로 다르다.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컨설팅 서비스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국내업체들이 중국에 처음 진출하면서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들어가 실패한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 국장=기업이나 기관이 정보수집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정서가 형성돼 있지 않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관리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베이스화를 시도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하겠다.


정리=문혜정·사진=허문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