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소송 맡을 '법무공단' 만든다
입력
수정
새만금 간척지 소송,신행정수도 헌법소원과 같은 주요 국가소송에서 정부측을 대신해 소송의 원고 또는 피고역할을 전담하는 법무공단이 이르면 내년 4월 설립된다.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로펌은 호주의 AGS(Austrailian Government Solicitor)로펌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 번째 사례다.
법무부는 정부 부처의 소송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가칭 '정부법무공단' 설립 방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올 가을 정기국회에 관련 법률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국가소송에 특화된 변호사를 통해 승소율을 한층 높여 세금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정책입안 단계에서부터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컨설팅 역할을 공단에 부여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가소송 패소금액은 809억원으로 확정 선고금액 기준 9.9%였다"며 "패소율 0.5%포인트만 낮춰도 41억여원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접수된 국가소송은 신규사건을 포함해 모두 8330건이었으며,같은 기간 이뤄진 재판에서 국가는 35.5%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자본은 국가가 제공하되 경영은 완전한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우선 설립에 필요한 비용 32억원은 모두 정부가 예산으로 부담한다. 다만 설립 이후에는 자체 수익으로 운영해야 한다.
법무부는 공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소송을 스스로 따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도 법률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할 수 있게 해 경영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법무부는 우선 첫해 30명 정도의 변호사를 채용,업계 15위 안팎의 법무법인 규모로 신설한다. 매년 변호사 수를 조금씩 늘려 2008년에는 40명선으로 확대한다.
공단에 채용되는 변호사는 계약직 신분. 보수는 일반 법무법인 변호사보다는 적지만 판ㆍ검사보다는 1.5배가량 많다.
공단은 정부 부처,국가기관 소송과 정부 법률자문,입법 및 계약지원 업무를 처리하는 것 외에 예외적으로 공익과 관련 있는 민원컨설팅 업무도 맡게 된다. 민원컨설팅이란 공장신설이나 부동산개발 등 민간사업자들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법률적 문제는 없는지 여부를 상담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 로펌 "파이 뺏길라"촉각=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 7882억원이었던 국가소송 청구금액이 지난해 2조9979억원으로 4배 이상 시장 규모가 커졌다.시민들이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때문이다. 기존 로펌들은 증가 추세에 있는 국가소송 시장에 정부의 '비호'를 받는데다 전문성도 갖춘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일감이 자칫 줄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당분간 공단이 중소형 로펌 수준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 수백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초대형 로펌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공단과 로펌간에 치열한 수임경쟁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규 법무부 법무실장은 "정부가 공단에 소송을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어느 로펌을 선임할지는 전문성과 소송수행의 적합성,승소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