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다산경영상] 전문경영인부문 :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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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커플링 끼고 있는 사람 본 적있으세요.
저는 43년 건설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66)은 요즘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한 달 전 노사 간 단체협약 자리에서 노조가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감사표시로 마련한 금반지를 받고 울컥 눈물을 쏟았다.
노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자는 의미로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문구가 새겨진 반지였다.
부인 반지엔 그의 좌우명인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 씌어있다.
이 반지는 2003년 3월 취임 이후 그가 경영자로서의 거둔 결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의 붕괴과정을 겪으면서 2002년까지 깊은 나락에 빠졌던 현대건설이 이 사장 취임 이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당시엔 참 막막했습니다.
한달에 40~50명씩의 직원들이 구조조정되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임직원들의 '기 살리기'에 나섰다.
그런 상태에서 공사수주는 커녕 회사 유지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대소사를 이용해 틈 나는대로 직원과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 일체감을 키워갔다.
해외직원들에게는 사장이 직접 만든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큰 공사를 수주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떡을 돌리면서 사기를 북돋웠다.
'수주떡'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회사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이 같은 '情경영'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침체됐던 회사 분위기가 빠르게 살아났다.
직원들도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사장에게 감사의 금반지를 선물할 정도로 신뢰감이 깊어졌다.
이 사장은 이처럼 '임직원들과의 친화'를 내세우며 몸소 실천해 왔다.
상.하직원 간 친화와 조직 간 융화가 기업을 살리는 원동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지독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강하게 나갔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수주산업"이라며 '수주 제일주의'를 선언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공사 수주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수주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고 표현될 정도다.
이 사장이 취임한 첫 해 7조1009억원의 공사를 신규 수주한 데 이어 작년에도 7조2371억원어치의 공사물량을 따냈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최근 2년간 7조원대 공사를 따낸 곳은 현대건설 뿐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로써 취임 첫 해부터 2년 연속 업계 1위를 고수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돼 2002년 말 192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이 작년엔 1714억원으로 늘어났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한때 투기등급까지 떨어졌던 회사채 신용등급도 'BBB+'로 상승해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주가도 최근 1년새 3배 이상 치솟아 2만3500원(2일 종가)대로 올라섰다.
그는 최근 중동지역의 석유.가스 플랜트 공사수주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21억달러,올해 안에 25억달러의 수주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 사장은 하도급 및 자재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현대건설의 경쟁력이란 생각에 우수 협력업체를 발굴하고 기술연구소나 인재교육센터를 통한 기술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충남 보령군 주교면 신대리 산골에서 태어난 '촌사람'이라고 부른다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말보다는 실천을 강조한다.
그래서 환갑을 넘긴 요즘에도 수주현장을 뛰느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계에서는 그의 '질그릇'스타일 경영이 현대건설을 위기에서 건져냈다고 평가한다.
이 사장은 그러나 "한국의 대표 건설업체라는 옛 명성을 찾으려면 아직 멀었다"며 "이제 막 시작"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