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공대 '창의 전시회' 관심..새내기도 현장교육 통해 '꿈'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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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세대 공대에 입학한 배성수 군은 지난 학기 내내 노래방 마이크를 끼고 살았다.
들고 노래를 부를 때 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휘산 물질을 뿜어주는 마이크다.
1학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상설계공학’이란 과목에서 배 군이 3명의 학생들과 함께 팀을 이뤄 만들어낸 아이디어 제품이다.
생활속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 보는 독특한 주제의 이 과목에서 팀원들은 아이디어 구상과 제품 설계,제작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아직 전공선택 전인 1학년들로서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당연히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팀원들에게는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그냥 듣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것을 배워가는 공대 교육의 숨은 재미도 이때 처음 느꼈다.
배군 팀이 개발한 휘산작용 마이크 '휘바'는 2일 연세대 공학원에서 열린 '연세공학교육 보고회 및 창의전시회'에 소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연세대 공대가 '창의적인 공학인 양성'을 모토로 공학 교육의 틀을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창의전시회에는 상상설계,창의설계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해 만든 120개 제품이 선보였다. 거울 뒤로 온수를 통과시켜 김 서림을 방지하는 거울,안테나를 돌리면 진동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휴대폰,넘어져도 쏟아지지 않는 페트병 등 톡톡 튀는 제품들이 상상설계 과목의 결과물로 나왔다.
주로 2~3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창의설계 과목에서는 차세대 네트워크망 구현기술,식당용 자동 수저 세척기,나노구조 재료를 이용한 태양전지,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한 소리위치 추적기술 등 실용성 높은 제품과 기술이 선보였다.
연세대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공학교육 혁신에 본격 나선 것은 지난 2003년. 우수 학생의 이공계 진학 기피 등으로 공대 교육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면서 부터다. 주입식에 길들여진 공학교육의 틀을 새롭게 바꾸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연세대 공대는 우선 연세공학교육지원센터를 설립,혁신작업에 착수했다. 이어 LG 삼성 현대 두산 등 100여개 국내 기업이 참여한 연세공학교육지원단을 창설,산업 현장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상상설계,창의설계,테크노리더십 등 창의성과 경영마인드를 키워줄 커리큘럼도 도입했다. 특히 공학교육지원단 등을 통해 모두 170여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이 같은 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산학협력과 수요자 중심 교육을 대폭 강화했다. 한편으론 학생평가단을 구성,학생들의 아이디어 제공과 참여도 적극 유도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연세대 공대는 최근 화공 전기전자 건축 토목 기계 금속 컴퓨터 등 7개 과목에 대해 공학교육인증(ABEEK)을 받았다. 창의설계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개발한 '수지침과 자석을 이용한 건강 키보드''휴대폰 무선 알림기''휴대폰 살균 청소기' 등은 높은 상품성을 평가받았으며,휴대폰 살균 청소기는 벤처기업을 통해 실제로 상품화 되고 있다. 교수들의 과학논문색인(SCI) 논문도 2003년의 478건에서 지난해에는 531건으로 크게 늘었다. 윤대희 공대 학장은 "지금은 모든 분야의 키워드가 혁신"이라며 "새로운 공학교육 환경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