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무역조정지원법 빠를수록 좋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에 따른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하는 이른바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키로 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여러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따른 시장 개방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시장 개방은 당사국들의 비교우위에 따라 상호 이득을 가져다 주지만 경쟁력이 없는 업종은 구조조정의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업종에 따라선 시장 개방에 대한 거센 저항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와 한·칠레 FTA체결에서 농업이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이 반드시 농업이란 법은 없다. FTA 대상국에 따라선 오히려 제조업이 구조조정 대상일 수도 있다. 예컨대 한·일 FTA 협정의 경우는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 등에 대해서도 시장 개방에 따른 일종의 사회안전망을 갖춰 원활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일은 정말 필요하다. 또 그래야 개방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도 쉬워 FTA나 다자간 무역협정이 그만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무역조정지원법은 개방형 통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인프라인 셈이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개방과 이로 인한 기업과 종업원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엄밀히 판정하고, 또 기업과 종업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구조조정과 전직(轉職) 등에 실질적으로 연계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부분이 허술하게 관리되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거나 도덕적 해이(解弛)가 난무해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정부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법 제정 과정에서 정부가 특히 명심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