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스터리

1972년 미국에서는 두 개의 사건이 언론과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국방부 비밀문서(Pentagon Papers) 폭로가 바로 그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기만성이 적나라하게 담긴 7000페이지 분량의 비밀 문서는 국방부 고위 관리였던 대니얼 엘스버그가 유출한 것으로 이내 밝혀졌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을 하야로까지 몰고갔던 워터게이트 사건은 30여년간 계속 미궁 속에 있었다. 이 사건도 단서를 제공했던 마크 펠트(당시 FBI 부국장)가 며칠 전 그 전모를 스스로 고백함으로써 현대사 최대의 수수께끼 중 하나가 풀리게 됐다. 추측으로만 나돌던 '딥 스로트'(Deep Throat)가 밝혀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미스터리 사건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딥 스로트의 대망론(待望論)이 부상하고 있다. 영구 미제사건으로 빠져들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미국의 카리스마적 노조 지도자였던 지미 호파 실종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의 줄리메컵 도난 등도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테러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감행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딥 스로트가 나와야 한다고 언론들이 공공연히 보도할 정도다. 딥 스로트는 워싱턴 포스트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하면서 베일에 가려진 정보 제공자를 지칭한 암호명이었다. 이전에는 정부 기관이나 기업에 근무하면서 조직의 불법이나 부정 거래 고발자를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라 불렀으나 이제는 딥 스로트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사 미스터리를 규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김형욱 실종사건에 대한 당국의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정작 당사자인 딥 스로트가 함구하고 있어 의혹은 여전하다. 육영수 여사 피살,정인숙 피살사건 등도 딥 스로트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들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런 미스터리들은 강자와 승자에 의해 왜곡되고 은폐되게 마련이어서 딥 스로트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펜타곤 페이퍼의 장본인인 엘스버그가 지난해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또 다른 딥 스로트를 기다리며'라는 칼럼이 새삼스럽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