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해외도피는 없었다"..김우중 前회장, 심경토로


"김우중 회장은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무척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모든 것을 감수하고 귀국하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최측근이자 법률대리인인 석진강 변호사는 베트남 하노이의 대우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귀국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라탄 것은 지난 2일. 하노이 시내를 이 잡듯 뒤진 끝에 석 변호사의 소재를 파악해 호텔 방에서 그를 장시간 인터뷰했다.


석 변호사는 최근 김 회장의 귀국 여부와 배경을 둘러싼 추측들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석 변호사는 3일 귀국했다.
석 변호사는 "김 회장은 분식회계 사기대출 해외재산도피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내용 중 최소한 사기대출과 해외재산도피 사건만은 무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람과 달리 대법원 판결이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지만 이제 귀국을 미룰 명분이 없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라는 것.대법원은 지난 4월 대우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원들에게 23조358억원이라는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하는 판결을 내렸다.


김 회장이 지금껏 귀국을 미룬 이유에 대해선 "유리하든 불리하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귀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확고한 원칙이었다"며 "부하들이 연루된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석 변호사는 이어 김 회장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대우사태로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입힌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과거 김 회장의 경영방식을 한낱 사기극으로 치부하고 있는 데 대해선 분노에 가까운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석 변호사는 "지금 삼성이나 LG 등이 글로벌경영을 하고 있다고 연일 매스컴을 달구고 있지만 대우는 이미 20년 전에 시작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석 변호사는 특히 "김 회장 자신도 비록 분식회계 등의 방법을 불가피하게 동원해야 했던 것에는 자괴감을 갖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견실한 성장을 위해선 대우가 시도했던 세계경영이 유일하고도 올바른 방식이었다는 점에 대해 아직도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의 건강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며 "특히 위 절제수술의 후유증인 장(腸)협착증으로 수차례 병원에 실려갔을 정도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