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혁신 이끈다] 기업연구원 15만명...기술한국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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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연구소가 연구원 15만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국내 기업연구소는 1만732개,연구원은 총 15만232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1년 10월 과학기술처(현 과기부 전신)가 ‘기업연구소 설립 신고 및 인정 제도’를 도입,처음으로 46개 연구소를 승인한 이래 24년만에 15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대학과 공공연구원을 포함 국내 연구인력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수치다.
연구원 15만명이라는 화두는 현재 한국 기업 연구소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1980년이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민간연구개발 투자가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앞지르기 시작한 1982년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6500억원이었으며 10년후인 1992년에는 5조999억원이었다.
2002년에는 기업 연구개발 투자는 14조5097억원에 이르고 있다.
○기업 연구개발이 국가 경제 이끈다
그동안 민간 기업연구소는 일류기술, 일등제품을 쏟아내면서 국가 경제발전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 CDMA,TFT-LCD,모바일 폰,DVD 광스토리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과 제품들이 바로 기업연구소에서 나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 대기업 연구소는 원천기술을 대량 확보,세계적 수준의 기업 연구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정 기술의 국제 표준까지 주도할 수 있는 역량까지 보유하고 있다.
기업연구소에서 배출한 고급 인력들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산업계 등에서 기술개발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에서 터득한 기업가 정신과 창업 능력을 활용해 벤처업계에서도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연구소가 국가 경쟁력 제고에 앞장 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 자체적인 연구개발보다 민간기업의 기술력을 국가경제차원에서 나서서 보호하고 육성하는 후견인 역할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도 기업연구소의 수요를 감안한 연구개발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양성과 과제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또 산학협동체제를 통해 기초기술을 상품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산업계와 대학,출연연구소 간 공동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제 질적인 수준 높여야
민간 연구소가 과학기술의 주역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2.16%(2003년 기준)에 불과하다.
특히 대기업은 1.9%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연간 3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가지고 운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며 더욱이 10명 이하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민간연구소가 전체의 60% 수준이다.
연구 인력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1만개 연구소 중 연구원이 5명 이하인 연구소가 4222개로 42.2%나 된다.
기업연구소에 소속된 박사급 연구원은 전체 박사인력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
그나마 기업에서 대학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구인력에 대한 보상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이며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들과의 산학연 협력 체계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기업의 기술 이전 예산은 1.1%에 그치고 있다.
유럽의 15%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기업 연구원 15만명 돌파는 국내 기업 경영에 있어서 연구개발이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며 "이제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적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공공연구소 대학 등이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