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퇴직연금제 첫 단추 잘꿰야

권오성 최근 보건복지부는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노인인구의 비율은 올해 12.6% 수준이지만, 2050년이 되면 69.4%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65세 이하의 인구구조 역시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용시장으로 유입되는 젊은 근로자들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며 나이 많은 근로자들 위주로 조직들이 구성될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이들 고령의 근로자들은 일정한 시점에 이르면 한꺼번에 퇴직하게 된다. 우리 기업들과 근로자들은 이런 파급효과를 인식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제활동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또한 20대와 30대를 합한 인구는 20세 이상 65세 이하 총 경제활동가능 인구의 50%를 넘는다. 이런 특성은 최근 젊은 인재들이 고용시장에 과잉공급돼 젊은 실업자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였다. 자연히 고용주들은 젊고 유능한 직원들을 적은 비용으로 채용할 수 있었다. 고령화가 본격화되면 반대로 젊은 노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될 것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감안하면 2025년 경제활동 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집단은 50대이다. 40대 이상의 인구를 고려하면 60%를 넘는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2050년에 이를 때까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젊은 근로자들을 채용하기 위해 구인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50세에 가까운 회사들이 비일비재한 미국의 기업들이 선진적인 보상체계와 복리후생제도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노령화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근로자들이 퇴직 이후의 생활에 대비한 복리후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기업들은 근로자와의 협의를 통해 효율적인 퇴직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반대로 근속연수에 비례하는 전통적 개념의 보상체계와 근무기간에만 초점을 맞춘 복리후생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고령화시대에 젊은 근로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고령화된 근로자들만으로 기업을 꾸려나가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업무와 역할의 분담에 큰 혼란이 생기게 되고 '직원성과몰입'(engagement)의 정도는 형편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높은 인건비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임금에 비례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등의 비용증가 역시 무시하지 못할 문제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좋은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만족시킬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머지않아 노령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퇴직하게 된다. 퇴직연령 인구가 2020년께에는 현재의 약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추세는 2040년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2월부터 도입될 퇴직연금제도는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고령화에 대비한 선진적인 복리후생제도가 도입되는 첫 단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근로자들은 중간정산이나 이직 등의 이유로 받은 퇴직금을 노후대비와 관련 없이 사용해 왔고, 실제 퇴직금은 노후생활에 필요한 재원에 턱없이 모자랐던 게 현실이었다. 퇴직연금제도는 현재까지의 법정퇴직금제도 하에서 나타났던 이러한 문제들을 상당부분 보완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가지 염려되는 점은 퇴직연금제도가 도입 취지에 부합되게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금 기금은 미래의 급여에 대비해 충분히 적립돼야 할 것이며, 과학적 방법의 분석과 예측을 바탕으로 투자, 운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급증하게 될 퇴직자와 기업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 시각의 운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퇴직연금과 관련한 회계제도의 개선작업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미래의 젊고 유능한 근로자들이 합리적인 퇴직연금제도 등 포괄적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는 조직을 선택하게 될 시대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