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미국 장기금리 하락세 경기둔화 신호아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 국채 수익률 하락세가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 컨퍼런스 위성연설을 통해 "일부 국가에서 경기 호황을 알리는 신호들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장기 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장기 금리 하락을 경기 둔화 신호로 해석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린스펀은 지난해 6월 이후 연방기금 금리가 2%포인트 오르는 사이에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8%포인트 떨어진 것과 관련,"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국채 수익률에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채 수익률 하락을 '수수께끼(conundrum)'라고 표현했던 그린스펀 의장이 이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를 과거의 사례대로 경기 둔화라고 단정 짓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장기 금리)이 계속 떨어져 연방기금 금리(단기 금리)에 근접하거나 역전되면 연준리가 금리 인상 기조를 포기할 것이란 시장의 예측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린스펀의 발언으로 이날 뉴욕시장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연 3.91%를 기록했다. FRB는 오는 29~30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3%인 연방기금 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9일 의회 증언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할 경우 국채 수익률이 단기적으로 상승세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