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입지는 1流.아파트는 3流?

'판교,최고 아파트 단지 꿈 무너지나.' 판교신도시의 아파트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남을 대체하는 고급 주거지역으로 조성하겠다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시장의 눈높이보다 낮은 품질의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 간접 규제가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품질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는 표준건축비(평당 339만원)가 책정돼 있어 애초부터 고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가 적용되는 용지에서 공급되는 중대형 평형(전용면적 25.7평 이상) 역시 건설업체들의 건축비 삭감에 따른 품질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용지 받으려면 손해 감수해야 오는 20일부터 접수를 받는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 적용 용지의 경우 분양가는 낮게,채권은 높게 쓴 업체에 공급된다. 그러다보니 업체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용지를 공급받아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A사가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에 써낸다면 수지타산은 어떻게 될까. 일단 업계에서는 '평당 채권액을 평당 용지값의 60~70% 수준까지 매입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판교 중대형 용지(감정가 평당 971만~1334만원)의 평당 가격을 1200만원으로 가정하면 평당 720만~840만원어치를 채권으로 사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채권은 매입 즉시 37%로 할인받기 때문에 실제 A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266만~310만원이다. 또 134~169%선인 용지별 용적률을 150%라고 가정하면 용적률을 감안한 평당 용지값은 800만원(1200만원/1.5)이 된다. 결국 평당 분양가 1500만원에서 채권매입에 따른 실제 비용(266만~310만원)과 평당 용지값(800만원)을 빼면 390만~434만원이 남는다. 이 금액에서 건축비와 각종 관리비를 뺀 나머지가 이윤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고급화 추세에 따라 중대형 평형을 짓는 데 들어가는 건축비가 최근 평당 4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윤으로 떨어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는 게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축비 삭감으로 품질저하 우려 하지만 민간 건설업체가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묘수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값싼 건자재 사용 등으로 건축비를 줄이는 것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평균 수준보다 평당 30만~40만원을 줄여야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다"며 "실제 손해를 보더라도 홍보를 위해 판교에 들어가려는 건설사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비가 삭감되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C사 관계자는 "동탄신도시 시범단지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마감재 등을 판교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판교는 10년 전 아파트 수준으로 되돌아간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D사 관계자는 "플러스옵션까지 폐지돼 품질을 높일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며 "최근 열린 판교 공동주택지 분양설명회에선 플러스옵션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명확한 근거와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