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고용보험은 노동부 '딴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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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을 비롯한 노동부 소관 5대기금의 운용 행태가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감사원 조사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기업이나 근로자 급여에서 세금처럼 매달 꼬박꼬박 거둬들이는 돈을 눈먼 돈 쓰듯 하면서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고용보험기금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적립금 규모가 8조4000억원에 달할 뿐 아니라 실업(失業)급여 등으로 지급되는 돈보다 징수액이 매년 1조원이나 더 많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외환위기와 실업사태 여파로 한꺼번에 67%나 기습인상하며 책정됐던 지난 1999년의 보험료율을 실업자가 절반선으로 줄어든 지금도 거의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면서도 보험료 납부자 953만명 중 230만명은 보험혜택 대상에서조차 누락시켰으니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출 측면에서도 방만하기 짝이 없다. 돈이 남아돌다 보니 기금의 설립 취지와는 직접적 관련도 없는 사업에까지 물쓰듯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오는 2010년 완공 예정인 연건평 1만평 규모의 초대형 직업체험관 '잡월드' 건설비 2127억원을 전액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는가 하면 출산휴가 급여 등 모성보호사업에도 지난해에만 600억원의 기금을 투입했다고 한다. 또 퇴직예정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직지원장려금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등 주먹구구식 운용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고용보험기금이 노동부의 자금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겠는가.
산재보험기금 장애인고용촉진기금 등 다른 기금들의 운용상황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산재보험기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내 요양환자 6만여명 가운데 2년 이상 장기 요양자가 23%에 달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른바 '나이롱 환자' 때문에 기금이 줄줄 새나간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선진국인 독일도 요양 기간을 1년6개월로 한정하고 있고 일본 역시 6개월 이상 장기요양자에 대해선 특별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우리는 퍼주기식 선심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은 기업활동과 국민 생활에 직결된 사회안전망인 만큼 그야말로 철저히 관리되지 않으면 안된다. 방만한 운영 행태를 혁신할 수 있는 근본적 대응방안을 강구(講究)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험료율이 경제여건의 변화에 맞춰 합리적으로 재조정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