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영업 컨설팅은 편의주의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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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영세 자영업자 대책'은 자영업의 진입과 퇴출을 정부가 지도하겠다는 사고방식도 문제이지만 컨설팅을 통해 자영업자의 경영 안정, 사업 전환, 퇴출을 유도한다는 특별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정부는 자영업 문제의 근원인 과잉 공급을 억제하고 경영을 합리화하기 위해 향후 2년 6개월 동안 2500억원과 1000여명의 컨설턴트를 투입하여 70만개 점포에 대해 '개별 점포별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고, 컨설팅 결과에 따라 사업 유지와 업종 전환을 유도한다고 한다. 점포당 컨설팅 비용은 50만원이다.
그러나 70만개의 점포를 1000명이 2년 반에 걸쳐 '점포 유형별 차별화된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접근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계획대로라면 2년 반 동안 컨설턴트 1인당 700개 점포를 자문하는데,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1인당 매일 1개 점포에 대해 퇴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개별 점포의 사업성을 불과 하루 만에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로, 합리적 조언은 고사하고 700개 점포 이름이나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컨설팅 참여인력의 경험과 역량도 문제다. 자영업 특성상 그럴듯한 학벌과 경력보다는 현장의 생생한 경험 유무가 컨설팅의 성공 요소인데,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력을 대규모로 조달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부 계획은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선정된 1000명의 컨설턴트에게 연봉 1억원을 향후 2년 반 동안 보장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돈의 대부분은 바로 납세자의 세금이다. 이번 대책은 컨설팅을 통해 무형 자산을 체계적으로 전파한다는 개념에서는 진일보했지만, 컨설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 정책을 낳은 것이다.
과거 경영·회계 분야에 주로 쓰이던 컨설팅이란 단어는 부동산 중개, 보험 모집, 심지어 청춘남녀 만남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컨설팅이란 단어 자체가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라는 느낌도 주지만, 사회가 발달할수록 전문가의 조언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는 컨설팅 사업을 '업(業)의 개념'으로 본다면 경험 판매자로 정의할 수 있다. 컨설팅에 돈을 내는 사람들은 지식과 함께 경험을 사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려 한다. 따라서 컨설팅을 위해서는 적절한 경험 여부가 중요한데, 경영이란 단순한 수학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감안하여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는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이고 이 점은 자영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치킨 피자로 시작된 프랜차이즈 열풍이 이발소 미장원 제과점 학원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자영업 성공경험이 컨설팅을 포함한 토털 솔루션 판매 형태로 대량 복제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성공한 자영업자가 잘되는 점포 몇 개 운영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프랜차이즈를 활용하여 단기간에 수백 개의 전국 체인망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자영업도 시장 원리에 따라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 경험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갖춘 자가 프랜차이즈 형태로 표준화에 나서고, 경험이 부족한 독립 자영업자들은 네트워크에 편입되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상생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부도덕하거나 무능한 사업자는 가맹점 모집이 어려워 자연스레 퇴출되고 가맹점에 이익을 주는 유능한 사업자는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산간 벽촌의 설렁탕집 할머니까지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설 정도이니, 이제는 우리 사회에 자영업 성공경험의 확산 경로가 컨설팅 형태를 빌리지 않더라도 시장 원리에 따라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영업자 지원정책을 준비한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시장의 힘보다 행정 규제와 지원을 통해서 자영업을 살리겠다는 접근방식 자체가 한계이며,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자영업 맞춤형 컨설팅'은 또 다른 세금 낭비를 예고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