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갈수록 악화 .. 4%대 성장도 장담못한다

한국은행이 저금리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7개월째 3.25% 수준에서 동결키로 한 것은 현재의 경기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은은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올해 4% 안팎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 추세대로라면 이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 심리지표도 일제히 꺾여 한은은 그동안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회복되고 있으나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통계청이 9일 발표한 '5월 중 소비자 전망조사'는 이 같은 희망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 6개월 이후의 경기와 생활형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5월 조사 결과 99.2로 나타났다.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 3월 102.2로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어선 이래 4월 101.3을 기록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 이하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 기간 중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1분기 성장률이 2.7%로 급락한 데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소비자 기대지수가 2개월 연속 하강하는 것은 안 좋은 모습이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생산증가율이 둔화되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5월 이후 일제히 꺾이는 등 경제지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4%대 성장도 쉽지 않을 듯 한은은 그러나 '하반기 경기 회복론'을 고수하고 있다. 박승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없는 성장'과 설비투자 침체로 체감경기 악화가 상당히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돼 당초 예측했던 4% 안팎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에는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국제수지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데다 민간소비도 하반기부터는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4%대 성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5% 이상 성장해야 연간 4%대의 성장이 가능한데 현재의 경기지표들을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유가 등 대외 여건이 더 악화되면 성장률이 4%대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