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국인투자유치 이대로 좋은가?
입력
수정
알란 팀블릭(Alan Timblick)
최근 보도에 의하면 조세피난처(Tax Haven)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 주식과 부동산을 매매해 차익을 올릴 경우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세 개정이 추진된다고 한다.
또 외국계 펀드가 자산의 50% 이상인 부동산회사에 투자한 뒤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남긴 경우에도 과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을 하고 제일은행 대우자동차 등과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팔려나갔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에 틀림없다.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외국계 펀드들이 그동안 좋은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여 많은 수익을 남겼다고 하는 여론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 한 것 같다.
흔히 포천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한국에 진출해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도 200개 이상의 세계적인 기업 유치가 목적인 인베스트코리아의 단장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편한 마음일 리 없다.
혹시나 외국 자본을 차별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의 투자 유치 실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IMF사태 직후인 99년 최고의 성적을 올린 후 줄곧 하향세를 기록하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실적이 상향세로 전환되었고,1962년 투자 유치가 시작된 이래 42년 만에 누적 금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FDI 유치 실적은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나 경쟁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GDP 대비 FDI 유치 실적은 세계 평균이 22.9%에 달하며 미국은 14.1%이지만 한국은 7.8%에 머물고 있다.
가장 큰 경쟁국인 중국은 한국보다 5배 많은 35.6%이다.
세계 FD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의 외국인투자 시장이 더욱 확대되려면 몇가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화합적 노사문화의 정착이다.
과격한 노조활동은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머리띠를 두른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회사를 점거하고 경찰과 몸싸움하는 장면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진출 결정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둘째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이다.
FDI는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
FDI가 활발히 이루어지려면 기업의 경영활동과 관련된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투자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은 한국 GDP의 1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의 14.3%,수입의 13.7%를 기여하고 있다.
또 고용 창출과 세수 증가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면 한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외국 기업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FDI 유치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고위급 인사의 해외활동에서 FDI는 항상 중요한 이슈이다.
최근 화제가 된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의 완화도 맥을 같이한다.
그리고 인베스트코리아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해외투자유치단 파견활동 역시 FDI 유치 노력의 한 단면이다.
오늘부터 사흘간 산업자원부와 KOTRA,경북과 충북 등의 지방자치단체,한국노총과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투자유치단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국 투자환경 설명회를 연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 분야의 투자유치 확대를 통해 한국의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무역 역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
※'인베스트코리아'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KOREA산하에 설치한 전담 기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