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씨 장편 '바람의 노래' 펴내


등단 10년을 맞은 중견작가 은미희씨(45)가 신작 장편 '바람의 노래'(문이당)를 펴냈다.


'바람의 노래'는 길 위를 떠돌며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품바 사당패의 삶과 희망,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유랑의 삶을 천형처럼 여기는 이들의 남루한 인생이 유장한 신세타령처럼 펼쳐진다.


30년간 '동동구루무' 북을 메고 장터를 전전해온 50대의 정도,한때 깡패조직에 몸담았다 노숙자 처지가 된 동현,나이트클럽 가수를 꿈꾸었지만 무명 민요가수로 떠도는 애자,쌍장구의 달인으로 사당패 바닥에서 30여년이나 잔뼈가 굵은 태식,정도의 북소리가 좋아 무작정 이들을 따라나선 20대 품바 유석 등 저마다 '사연' 한 자락씩을 간직하고 있는 민초들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장마철이 지났는 데도 연일 계속되는 비로 정도와 동현이 이끄는 사당패는 보름째 공연이 없다.
비가 그치고 사당패는 '팔도풍물대잔치'가 벌어지는 장터의 자투리 공간에 무대를 설치하지만 단원들 간의 갈등으로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현이 한때 몸담았던 폭력조직의 후배가 동업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무대에 불을 질러 버린다.


여기에 유석을 짝사랑했던 순미의 자살 소식이 이어지면서 사당패는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
유석은 정도의 소개로 나이트클럽에 취직하고 동현,정도,애자는 비록 패잔병의 모습이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다시 길을 떠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당패를 떠나는 유석이 "형님,동동구루무 북을 사십시오"라며 동현의 손에 쥐어주는 예금통장은 삶의 막다른 벼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민초들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작가는 "길 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며 "이 작품은 생이 쓸쓸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알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