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만난 조선주 '휘청'

현대미포조선 -11.3%,현대중공업 -6.4%,삼성중공업 -8.2%…. 잘 나가던 조선주가 14일 메가톤급 태풍을 만났다. 외국인이 투매에 가까운 매물을 내놓으며 조선주를 거센 풍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틀에 걸친 외국인 매물로 주가가 수직 낙하,조선주는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선박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발단이었다. 지난주 30개월 만에 선가가 하락했고,이것은 경기 고점 논쟁으로 이어졌다. 외국계 증권사는 잇따라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많은 평가이익이 난 상태에서 '경기 꼭지' 이야기가 나오자 외국인 매물이 홍수처럼 밀려나온 것이다. 조선주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수년치 일감을 갖고 있는 데다 수주가격도 높아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해운경기 침체로 상승 여력이 현저히 둔화할 것이라며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락슨의 음모론 조선주는 최근 1년간 최대 히트 업종이었다. 현대미포조선은 작년 7월 1만5750원에서 이달 초 7만2700원으로 370% 뛰었다. 현대중공업과 STX조선은 150%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이틀간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며 모두 고점 대비 20% 정도 급락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업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Clarkson)은 최근 6월 둘째주 신조선가 지수가 166으로 첫째주의 169포인트보다 1.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초대형 VLCC급 유조선 3.1%,LNG(액화천연가스)선 1.2% 등 모든 타입의 배값이 약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선박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 2003년 1월 이후 30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조선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UBS 등은 투자의견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용준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클락슨은 리서치 외에도 선박중개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 비수기를 맞아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선가를 낮춰 발표한 것 같다"며 "향후 3년 넘게 일할 물량을 확보한 업체들이 낮은 선가로 수주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가는 꼭지인가 한 주간의 선가 동향으로 경기가 꼭지를 쳤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오르기만 하던 선박가격이 내림세를 보였다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해운경기가 급락하고 있어 선박 발주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이틀간 주가 급락세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적 개선은 올 하반기부터가 시작이고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선가의 상승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거론된다. 국내 조선사들은 그동안 저가에 수주했던 물량을 올 상반기까지 모두 인도하면 내년에는 평균 건조선가가 26%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올해 초 t당 72만원이던 후판가격이 하반기부터는 70만원 밑으로 떨어져 영업수익성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박 건조 물량을 3년치 이상 수주해 놓은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다면 영업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익 구조의 턴어라운드가 이제 시작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주가는 한 단계 더 레벨업할 수 있다"(대우증권 조용준 연구위원)는 주장이다. 조주현 기자 iwbt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