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우중] 대우 영국 비밀계좌 BFC 실체 밝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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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14일 시작됨에 따라 대우 그룹의 재산 밀반출과 비자금 창구로 지목돼온 'BFC(British Finance Center)'의 실체가 밝혀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81년 ㈜대우가 영국 런던에 설립한 BFC는 자금명세가 드러나지 않는 부외계좌다.
㈜대우의 결산자료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그동안 김 회장이 벌인 정·관계 로비의 자금줄이 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김 회장에 대한 수사 가운데 BFC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
일단 구속기간에는 기초 혐의 조사에 주력하고 BFC에 대한 수사는 기소한 이후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해 BFC 부문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조사할 것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2001년 '대우 비리' 수사 때 BFC를 "김 회장의 '사금고'이자 대우그룹의 비밀 금융조직"이라고 정의했었다.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외국에 만든 부외계좌를 활용해 '세계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국내에서 끌어다 썼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BFC에서 이뤄지는 모든 자금거래 내역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졌다.
검찰은 당시 "김 회장이 BFC를 통해 1997년부터 3년 동안 해외 현지 금융기관 차입금과 대우자동차 수출대금 등 모두 200억달러(당시 환율로 25조원)를 해외로 빼돌렸다"고 밝혔었다.
특히 이 중 상당액은 2001년 수사에서도 용처가 드러나지 않아 비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과 대우 경영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했고,지난 4월 대법원도 검찰의 공소 내용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 회장 측은 "BFC는 해외 투자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 비밀계좌는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외환거래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계좌이기는 하지만 입·출금 내역을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재산 해외 밀반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BFC를 통해 보낸 자금은 모두 해외 법인의 차입금을 갚는 데 썼으며 BFC의 자금 사용내역도 모두 밝힌 상태"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만약 해외에 재산을 빼돌리려고 했다면 대우그룹의 외화 자금이 집중되는 계좌에 돈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오상헌·이태명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