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관계 로비단서 있다" .. 김우중 전회장 본격조사 착수

검찰은 5년8개월간의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14일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 회장(69)을 상대로 분식회계 사기대출 해외재산도피 등 혐의에 대한 집중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사안이 중한데다 오랜 해외 도피생활과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15일 밤이나 16일 새벽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해외 도피 이유에 대해 "대우그룹을 정리하려는데 그룹 총수가 국내에 남아 있으면 서로 부딪치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잠깐 나가 있어 달라는 채권단과 임직원의 권유를 수용해 외유 길에 올랐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간 소환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우사건 임직원들 재판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우 퇴출 저지 과정에서 김 회장이 정·관계 등에 로비한 의혹과 관련,"공소시효만료 등 수사상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김 회장을 추궁할 단서도 몇 개 갖고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한 수사를 50일 정도로 잡고 있는데 기소 시점인 첫 20일은 분식회계 혐의 등의 확인에 주력하고 나머지 30일은 정·관계 로비 의혹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 회장을 체포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압송한 뒤 이날 오전 11시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공항에 도착해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했다. 대우사태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말했다. 김 회장은 공항에서 배포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을 통해 "좀 더 일찍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예기치 못한 외환위기 사태를 맞아 격랑을 헤쳐 나가지 못하고 국가경제에 부담을 드린 것은 전적으로 제 자신의 잘못인 만큼 결과에 대한 사법 당국의 조치를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사법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정·관계 로비 의혹의 진상을 말끔히 밝히고 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도 "김 회장은 결코 정치적 거래나 의도에 흔들리지 말고 역사에 진실을 밝히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익원·김병일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