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표분쟁에 허리 휜다


전주시에 있는 중소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 화인회계(대표 김경만)는 우리은행과 상표 분쟁으로 올 들어 매출이 주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독자 개발한 가계부 SW '부자되는 가계부'를 상표 등록했으나 우리은행이 같은 이름의 가계부 SW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분쟁 회오리에 휘말렸다.

화인회계는 곧바로 상표무단사용 혐의로 우리은행을 검찰에 고발했고 우리은행은 이에 맞서 이 상표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심판원은 부자되는 가계부는 제품 성질을 표시한 상표이므로 무효라고 판정,우리은행 손을 들어줬다. 화인측은 이에 불복,특허법원에 항소한 상태.


김 대표는 "이 분쟁으로 올 들어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결판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표 관련 분쟁이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을 저해하는 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분쟁으로 인한 소송 비용만으로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3000억원대의 비용을 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2차적으로 입게 되는 손해배상,이미지 손상,매출 손실 등을 감안하면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얘기다. 이런 분쟁은 대부분 맞소송으로 이어지고 승부가 최종 판정에서 가려지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까닭이다.


◆올 들어 상표분쟁 22.4% 늘어=특허심판원에 청구된 상표 관련 심판 건수는 2002년 3675건,2003년 3936건,2004년 4582건으로 최근 3년간 평균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0.8%인 상표출원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올 들어선 지난 4월까지 1888건의 심판이 청구돼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2.4% 늘어났다.


이런 분쟁은 고스란히 기업들의 비용 지출로 연결된다. 심판을 진행하기 위해 변호사,변리사 선임 및 서류 제출로 건당 1000만원 이상을 쓴다. 민사와 형사소송이 함께 진행될 경우 4000만∼5000만원으로 불어난다.


변리사업계는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상표 소송비용으로 3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후폭풍이 더 심각=2차적 손실은 더 크다. 오리지널 상표를 가진 기업은 유사상표로 인해 엄청난 매출 손실을 입는다. 유사상표를 만든 기업은 상표가 무효판정이 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는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면 피해액까지 물어줘야 한다. 실제 대상은 최근 자사의 세탁표백제 '옥시화이트'가 옥시의 세탁표백제 '옥시크린'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분쟁대응 강화하는 기업들=SK는 지난해 '브랜드관리위원회'를 ,LG는 올해 '브랜드관리팀'을 각각 신설해 국내외의 브랜드 도용 및 상표권 분쟁에 대응토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명의 상표전문 변리사를 채용해 상표분쟁을 전담케 하고 있다.
홍장원 변리사(하나국제특허법률사무소)는 "상표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상표 출원시 기존 등록 상표를 꼼꼼히 체크하고,오리지널 상표권자는 유사상표가 출원될 경우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등록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