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 자리는 '10만달러'‥부시 등 역대정권 고액헌납자 기용 관례화

'10만달러만 내면 미국 대사가 된다?' 미국 대통령들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직을 정치자금 모금 담당자나 거액의 기부자들에게 보답으로 제공하면서 정치 기부 행위가 직업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러버터 터틀과 로널드 스포글리를 각각 영국과 이탈리아 대사로 임명했다. 모두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치자금을 모집하는 책임자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사실 정치자금 모금 담당자들이 대사직을 차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터틀과 교체되는 현 영국 대사도 경마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켄터키 더비 경마장의 회장이다. 이에 앞서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영국대사 윌터 아낸버그도 출판 재벌이었고,38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뉴잉글랜드의 부호 조 케네디를 영국 대사 자리에 앉혔다. 미국 소비자 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에 따르면 2004년 8월 부시 대통령은 2000∼2004년 각종 선거 캠페인에서 10만달러 이상 자금을 모집한 당직자 30명을 대사로 파견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전체 대사 가운데 30%를 정치자금 기부 액수를 고려해 임명했다. 지미 카터,존 F 케네디 대통령도 대사직의 24%와 33%를 정치자금 기부자로 채웠다. 닉슨 대통령의 경우 지난 71년 6월 정치자금 기부자를 대사로 임명하면서 "내가 말하는 요지는 대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적어도 25만달러를 기꺼이 기부하고자 한다는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돈을 주고 사는 자리인지라 대사직의 지역별 선호도 나타난다. 미 대사들이 꼽는 1순위는 휴향지 바하마. 문화유산이 풍부한 유럽의 중심지 파리와 런던도 선호 지역이다. 뉴욕대학의 폴 라이트 공공정책학 교수는 "대사 자리를 사고팔지만 제한은 있다"며 "통상 관계가 중요한 일본 대사에 자금 모금가를 지명하면 일본을 모욕하는 일이며,국제정치의 전략적 핵심 지역인 러시아에 정치자금 기부자를 대사로 보내면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