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달 6자회담 복귀 용의] 이번에도 깜짝면담 통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어김없이 '깜짝 쇼' 방식을 택했다. 상대방이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을 때 전격적으로 만남을 제안하거나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는 이른바 '김정일식 깜짝면담' 방식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는 사전예고없이 순안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98년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했을 때는 정 전 회장이 묵고 있는 백화원초대소를 밤늦게 찾아와 방북단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0년 9월 제2차 장관급회담 때도 박재규 당시 통일부장관에게 특별열차를 내주면서 함경남도까지 오게 해 남북간 현안을 풀었다. 2002년 4월 이뤄진 임동원 당시 대통령 특보와의 면담도 사전합의 없이 이뤄졌다. 같은 해 5월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갑작스런 만남에 어리둥절해야 했다. 김정일식 깜짝면담 방식은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북측 당국의 사고방식에서도 기인하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이 상대방에게 가져다 주는 심리적 효과 등을 면밀히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 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전격성의 강도를 더욱 높여 극적효과를 극대화했다. 대표단이 귀국하기 하루 전인 16일 밤 늦게 면담일정을 갑자기 통보해 온 것.대표단과 기자들이 '혹시나'했던 마음을 접고 귀국 준비에 들어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양측은 이 때 '17일 중 면담을 갖는다'는 원칙만 합의하고 구체적 시간과 장소는 17일 오전 중 북측이 정해 알려주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위한 북측의 요청 때문으로 관측된다. 평양=공동취재단·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