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베트남 랜드마크' 세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베트남에서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구조조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중국 진출을 강화해온 금호아시아나가 이번엔 '베트남을 제2의 중국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대형 사업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현지에선 과거 대우의 활약에 빗대 "대우의 자리를 사돈 기업인 금호아시아나가 노린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금호아시아나의 '포스트 대우' 노림수는 신도시 프로젝트 등 다양한 모습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19일 금호아시아나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금호산업 건설부문은 베트남 정부가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 중인 호알락(Hoalac) 행정·주거 신도시 프로젝트 내 주거타운 건설에 참여키로 하고 지난 15일 현지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금호는 우선 18만평 부지에 아파트 등을 짓게 됐으며 현지 업체가 확보해 놓은 30만평도 추가 개발키로 사실상 합의했다.


호알락 프로제트란 수도 하노이에서 서쪽 방향으로 뻗은 37km 길이의 직선 2차선 도로를 2007년까지 8차선(폭 150m)으로 확장하면서 주변을 행정·주거·교육시설이 어우러진 신도시로 개발하는 사업.하노이의 정부종합청사 국회 등 관공서와 대학 등이 대거 이전하는 것은 물론 신공항이 들어서며 도로 끝자락엔 첨단 하이테크 단지도 조성된다.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금호는 추가로 180만평을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지 파트너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경제 수도 호찌민에서도 10년 숙원이었던 대규모 주상복합타운 '아시아나플라자'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호찌민시인민위원회와 최근 합의했다.


신훈 금호산업 건설부문 사장은 "지난 7일 (아시아나플라자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금호는 이에 따라 '사이공스퀘어'란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는 4123평 규모의 베트남 최고 금싸라기 땅에 사업비 2억4천만달러를 들여 고급아파트(33층),호텔 및 오피스(각 21층),백화점(3층) 등 4개동을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양해각서엔 △베트남측 지분 35%를 인수해 100% 외국투자회사로 전환 △토지사용 기간을 45년에서 50년으로 연장 △지분 인수시 지가 인상분 보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플라자 사업은 금호가 1996년 사업허가를 얻었으나 외환위기의 여파로 계속 지연돼 왔다.


호찌민시는 해당 부지가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자 몇 년 전부터 사업권을 다른 외국계 기업에 넘길 생각으로 포기를 종용해 왔으나 금호아시아나가 지난해 말부터 총력전을 펴 사업을 10년 만에 재개하게 됐다.
금호아시아나는 또 베트남에 금호타이어 공장을 신축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베트남에 타이어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1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측은 호찌민에서 가까운 구찌 인근에 타이어 공장 투자를 요청한 상태이나 금호아시아나는 바다와 접한 중부의 다낭 인근을 적격지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금호아시아나는 올초 중국은 물론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밝힌 바 있다.


하노이(베트남)=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