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장호원.충북 음성 '10里 희비'

경기도 이천에 있는 주류 생산업체 진로 공장은 거의 매년 연례행사를 치른다. 이천시청에 공장 증축허가를 신청했다가 각종 수도권 규제에 걸려 불가(不可) 판정을 받는 일이다. 이 회사 관리팀 이기흥 과장은 "혹시나 하고 매년 증축신청을 내지만 시청에서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며 "제품 보관창고마저 짓지 못해 천막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수도권에 개발 규제가 강화되자 수도권을 '살짝' 벗어난 음성군(충북)과 문막읍(강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서울에 가까운 경기도 이천 여주 등은 각종 규제로 꽁꽁 묶여 있는 데 비해 공장 규제가 거의 없는 음성 문막에는 공장이 몰리자 해당 지자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음성 문막 등 '어부지리'=지난 4월 말 현재 음성에 등록된 공장은 1559개로 이천(543개)보다 3배 가량 많다. 특히 이천과 맞닿아 있는 음성군의 삼성면 금왕읍 생극면 감곡면에 들어선 공장만 848개에 달한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여주 강천면과 원주 문막읍은 소속된 지자체 때문에 지역 경제발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대표적인 곳.수도권 접근성은 강천면이 훨씬 낫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딴판이다. 강천면은 공장 16개,인구 3676명으로 공장 91개,인구 1만9341명의 문막읍과 비교조차 안 된다. 이 같은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면과 문막읍에는 각각 12만,10만평 규모의 공단이 조성 중인 데 반해 강천면이 추진하고 있는 3만평의 지방공단 건설계획은 최근 환경부(한강유역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못해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외곽지역은 규제 천국=이천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한강 수질보전을 위한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이곳에 300평 이상 규모의 공장을 세울 수 없다. 이천시청 부근에서 토목 설계와 공장 설립인허가 대행업을 하는 김모씨(38)는 "이런 저런 규제를 다 피하다 보면 결국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주군도 마찬가지다. 여주군에 적용되는 각종 개발 규제는 8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난 1999년 여주군 10개 읍·면 중 9개 읍·면을 한강수계 수질보전을 위한 수변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 규제는 공업과 축산시설은 물론 숙박업 식품접객업에까지 강력하게 적용돼 지역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주군 지역경제기획 담당자는 "군 대부분이 팔당호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어서 논·밭농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경제 낙후는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찬반으로 나눠진다. 국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발전이 지체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수도권을 규제해야 산업의 지방 분산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기개발연구원의 이상훈 박사는 "수도권이란 타이틀이 수도권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각 지역의 현실을 고려한 국토개발 계획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승호·노경목 기자 usho@hankyung.com